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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반지 없어도... ‘영구 결번 적토마’

Posted July. 10, 2017 09:52,   

Updated July. 10, 201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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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이라고 봐주지 마시고 좀 성의 있게 던져주셨으면 좋겠다.” 1997년 4월 15일 열린 해태(현 KIA)와 LG의 시즌 첫 맞대결. 해태 에이스 조계현(현 KIA 수석코치)을 상대로 3안타를 쳐낸 LG 신인의 당돌한 인터뷰에 양 팀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격분한 해태 투수들은 다음 날 빈볼을 던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튿날 LG 코칭스태프가 이 선수를 해태 더그아웃으로 데리고 가 사과했기 때문이다. 조 코치는 후에 “패기를 높이 봤다. 큰 선수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이 LG 선수는 이병규(43·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였다.

 이병규는 나중에 사석에서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인터뷰였다. 경험이 없다 보니 말이 이상하게 나왔다. 넓은 아량으로 감싸주신 조계현 선배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조 코치의 말대로 이병규는 정말 큰 선수가 됐다. 이병규는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뛴 3년을 제외한 17시즌 동안 LG 유니폼을 입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지난해 은퇴한 이병규는 9일 한화와의 안방경기를 마친 후 LG가 마련한 은퇴식을 가졌다. 이병규가 달았던 등번호 9번은 영구결번이 됐다. 김용수(41번)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영구 결번이자 야수로는 첫 영광이다. 우승 반지 없는 선수의 영구결번은 KBO 리그 사상 처음이다.

 이병규는 우승을 빼곤 LG에서 모든 걸 이뤘다. 신인왕을 시작으로 1999년 잠실 연고팀 최초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주니치를 거쳐 2010년 다시 LG로 돌아온 뒤에는 최고령 타격왕(2013년)과 역대 최소 경기 2000안타 달성(2014년) 등의 기록을 일궜다.

 이병규는 “LG 팬들께 우승을 선물하지 못한 게 유일한 한으로 남는다”고 했다. 프로 입단 후 흘렸던 유일한 눈물은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였다. 그는 “17년간 단 하나의 유니폼만 입을 수 있었던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LG의 이병규’를 외쳐 주시며 응원해 준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당초 LG 구단은 이병규의 은퇴식을 ‘9’가 두 번 들어가는 9월 9일 두산과의 홈경기 후에 하려 했다. 하지만 이병규가 고사했다. 그는 “9월 9일이면 팀이 한창 막바지 순위 싸움을 하고 있을 때다. 나 때문에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병규는 항상 LG를 ‘가족’이라고 말해왔다. 좋은 일도, 섭섭한 일도 있었지만 항상 함께 가야 하는 가족. 이병규의 현역 시절 테마곡은 퀸의 “I Was Born To Love You”였다. 그에게 전화를 걸면 여전히 이 노래가 나온다. 여기서 ‘You’는 다름 아닌 LG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