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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슈너로 옮겨 붙는 러시아 스캔들

Posted May. 29, 2017 09:04,   

Updated May. 29, 20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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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불길이 사위 재러드 쿠슈너(사진)에게 옮겨붙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가장 신임하는 주변 인사 중 한 명인 쿠슈너가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만남에서 트럼프 인수위 측과 러시아 간의 비밀 채널 구축을 논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WP는 이 자리에서 양측은 러시아 측 설비를 이용한 양국 소통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는 미국 정보기관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타워에서 진행된 문제의 논의는 쿠슈너와 함께 참석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측 군 관계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 보자’며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쿠슈너가 같은 달 러시아 국영 브네셰코놈뱅크(VEB)의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과도 만났다고 27일 보도했다. 고르코프는 정보요원 출신으로 푸틴의 측근이며 VEB는 2014년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 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기관이다. 로이터는 쿠슈너가 선거 기간 중인 지난해 4월과 11월 사이에도 키슬랴크 대사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가족 정치’에 일찌감치 반감을 가졌던 민주당 측은 쿠슈너가 백악관을 떠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27일 성명에서 “키슬랴크 대사와 만난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형사범죄 수사 대상”이라며 “트럼프는 즉각 쿠슈너를 해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러시아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뇌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왜 대통령의 사위가 크렘린과 비밀 통화를 하기 위해 러시아 대사관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었는지 물어야 한다”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대한 독립 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 “우리는 많은 국가들과 비밀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NYT는 트럼프가 당초 예정됐었던 이번 주 아이오와 주 유세 일정을 취소했으며 사설 변호팀도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 측근들은 그가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으며 백악관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지난해 미 대선 개입과 트럼프 측의 공모 여부를 가리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초점은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에 맞춰져 왔다. 플린은 지난해 12월 키슬랴크 대사와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등을 논의한 사실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 국가안보보좌관 임명 24일 만에 해임됐으며 매너포트도 친(親)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측으로부터 과거 현금을 불법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선거 도중 해임됐다.

 현지 언론은 쿠슈너의 러시아 접촉 정황이 이들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전직 미국 정보관계자는 WP에 “(러시아 설비를 소통에 이용한다면) 러시아 측이 이를 유출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극도로 순진하거나 완전히 미친 (조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포린폴리시(FP)는 “반역 혐의를 이야기할 때”라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