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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화분 하나에 사람사는 모습 전체가 담겨”

“흔하디 흔한 화분 하나에 사람사는 모습 전체가 담겨”

Posted May. 08, 2017 08:46,   

Updated May. 08, 20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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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예식물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

 최근 신간 ‘식물 읽어주는 아빠: 반려식물 이야기’(북멘토)를 낸 원예전문가 이태용 씨(50)는 책을 쓴 까닭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야생 희귀식물을 다룬 책은 많은데 집에서 기르는 식물에 대한 책은 드물다. 인터넷 사진 자료도 마찬가지다. 흔하다고 푸대접인 거다. 도시에 그나마 자연의 기운을 전해주는 고마운 존재인데.”

 베고니아, 포인세티아, 행운목, 관음죽 등 40종의 원예식물을 소개한 그의 책에는 학명이나 생육 관련 정보는 없다. 눈물방울처럼 생긴 잎을 뚝뚝 잘 떨어뜨려 ‘weeping fig(우는 뽕나무)’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벤자민 고무나무, 눈에 띄지 않는 외모로 도시의 꽃길을 묵묵히 책임지는 피튜니아, 시든 꽃을 빨리 따주면 여름과 가을 내내 꽃을 보여주는 백일홍 등 흔히 보는 식물의 숨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 가져온 이 화분은 ‘테이블 야자’다. 볕이 적은 곳에서도 잘 자라고 습기를 많이 내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공기정화용 식물 테스트 상위권에 들었다. ‘특히 더 착한 식물’이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이 씨는 10년간 한 출판사를 다니며 어린이책 만드는 일을 했다. 어린이 전문 책방을 내고 싶어 2002년에 일본 유학을 떠났다가 골목길 화분에 매료돼 원예학교에 들어갔다. 지금 그가 여는 원예 강의는 거기서 배운 대로 묘목을 심고 가꾼 뒤 각자의 방식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다.

 이 씨는 “원예식물이 그 존재만으로도 내게 행복을 준다는 걸 공부하며 깨달았다”며 “그 행복을 나누고자 시작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나 교사 대상의 어른들 수업 때는 대부분 처음에 ‘틈만 나면 졸 거다’ 하는 표정을 짓지만 금세 아이들과 똑같이 행복한 얼굴로 바뀐다는 것. 그는 “우락부락한 아저씨 수강생의 꽃꽂이 결과물이 빼어난 경우가 잦다”고 했다.

 “화분 하나에 사람 사는 모습 전체가 담겨 있다. 시들어 변색된 부분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슬프고 아파도 잘라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양분이 낭비되고 병충해가 생겨 뿌리까지 위협한다. 인간의 삶도, 그렇지 않나.”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