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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환율문제 입도 벙긋 못해…한국, G20 빈손

사드-환율문제 입도 벙긋 못해…한국, G20 빈손

Posted March. 20, 2017 08:27,   

Updated March. 20, 20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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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처음으로 세계 경제 외교 무대에 선 정부 경제팀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18일(현지 시간) 막을 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기대를 모았던 한중 양자회담은 무산됐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은 10분여 만에 끝났다.

 여기에 G20 재무장관 회의 공동선언문에 3년 동안 포함됐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가 빠지면서 ‘글로벌 공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로 인해 그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국의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언급조차 안 된 한미 양자회담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은 중국 측의 거절로 무산됐다. 기재부는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중국 쪽에서 만날 수 없다는 말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과 관련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됐던 회담이 불발되면서 대중 무역은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다시 한 번 중국과의 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4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이뤄진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의 면담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유 부총리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양자회담은 30분 정도 이뤄지는데 이번 회담은 10분여 만에 끝났다.

 므누신 장관과 유 부총리의 만남은 미국 재무부 홈페이지에서 공식 보도자료에 소개되지도 않았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7일 므누신 장관과 공식 회담을 한 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무함마드 알자단 사우디아라비아 재무장관,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뿐이다.

○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승리”

 더 큰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건 보호무역주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제 공조도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이번 회의 공동선언문에는 3년 만에 ‘보호무역 배격’이 포함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경제성장에 무역이 많은 공헌을 하도록 힘쓸 것이다. 과도한 세계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분투하겠으며 이로써 경제성장을 위해 포괄성과 공정성을 증진하고 불평등은 줄일 것”이라고만 밝혔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통상 이틀간의 회의를 통해 합의 내용을 집약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 G20이 공동선언문에서 보호무역을 자제하자고 약속하면 보호무역에 취약한 신흥국들은 어느 정도 안심하게 된다. 선언문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 때문이다. G20은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린 최근 2년간 매년 3번씩 열린 이 회의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내용을 매번 공동선언문에 담았다.

 공동선언문의 기조가 갑자기 바뀐 것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보호무역 배격 문구에 반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미국의 태도를 일본 측도 지지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공정한 무역’이라는 틀 아래서 자동차 전자 화학 등 특정 산업에 대한 보호무역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도 결국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 ·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