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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의 변신은 무죄?

Posted March. 16, 2017 08:36,   

Updated March. 16, 20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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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가을 안철수의 ‘새정치’ 바람이 한창이던 때다. 서울 시내 모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A교수는 수업 중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학생들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으니 오늘 휴강 하겠다. 미안하다”며 서둘러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당시 안철수 대선캠프에 몸담고 있던 그를 캠프에서 급하게 호출했던 것이다. 자신의 학문을 현실에 접목시키려는 폴리페서(Polifessor)를 꼭 나쁘게 볼 일은 아니지만 연구와 강의라는 본분을 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부터 문재인 대선캠프에 줄을 대려고 뛰었던 한 대학교수의 얘기. “대선캠프에 이름이라도 올려놓으면 나중에 공직을 노릴 수 있고 번듯한 사외이사라도 맡을 수 있다. 교수들이 너도나도 캠프에 들어가는데 가만히 있으면 학교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길지 겁이 났다.” 그처럼 ‘보험’이라도 들겠다는 폴리페서들로 대선철만 되면 대학가는 몸살을 앓는다.

 ▷요즘 문재인 캠프엔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교수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다. 지난 해 10월 발기인 500명으로 출범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1000여명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경쟁후보 캠프에서 일하던 일부 교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실과 다른 기사”라며 손사래를 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이 어제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욕먹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알지만 욕 안 먹고 논평만 하는 것이 비겁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변명이다. 김 교수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박 후보 캠프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 위원장을 맡았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되지 못했다. 시장경제와 자유를 외친 그가 세금을 투입해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는 문 전 대표와 손잡으니 어리둥절하다. 아무리 폴리페서라고 해도 불과 4년 전 대결을 벌였던 캠프로 운신하는 건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