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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개입하려는 北 김정은의 통일전선전술

한국 대선 개입하려는 北 김정은의 통일전선전술

Posted January. 03, 2017 08:24,   

Updated January. 03, 20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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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이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핵 위협이 계속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지 않는 한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과거엔 국제사회를 의식해 과학기술개발의 자주권을 들어 ‘인공위성’으로 포장했지만 이번에 아예 보란 듯이 핵탄두를 장착했거나 장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겠다고 노골적인 협박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빠르면 1월 8일 김정은 생일 전이나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전에 발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즉각 “불법적인 행위의 대가가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미국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자제하며 ‘민족 이간술책 중단과 대(對)조선 적대시정책 철회의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새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자제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두 달 가까이 되도록 어떤 공식 반응도 내지 않은 북한이다.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북 정책 방향에 북한도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한국에 대해선 최근의 촛불정국을 언급하며 다가올 대통령선거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했다. 신년사는 “남조선의 전민(全民) 항쟁은 보수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 잡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좌파정권의 탄생을 기정사실화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의 일환이다.

 김정은은 신년사 말미에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다”고 했다. ‘수령에게 오류는 있을 수 없다’는 최고 존엄이 능력 부족을 자인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도 “북핵문제해결책은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통일하는 것”이라며 “주민의 마음속에서 수령 신격화라는 기둥을 허물면 내부 봉기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날로 험난해지는 대외정세에다 내부 봉기까지 두려워해야 하는 김정은이 한국에 참견할 처지는 아닐 것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