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새누리당 허물고 새로운 보수정당 다시 세워라

새누리당 허물고 새로운 보수정당 다시 세워라

Posted December. 12, 2016 08:40,   

Updated December. 12, 2016 08:42

日本語

 국회의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놓고 볼 때 새누리당이 주목해야 할 것은 찬성표가 아니라 반대표 숫자다. 재적 300명 중 유일하게 표결에 불참한 최경환 의원과 반대 56표를 합치면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파면’이 부당하다고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한 의원은 57명이다. 128명의 새누리당 의원 중 진짜 친박(친박근혜)은 57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4·13총선 직후와 비교하면 20여명의 친박이 이탈한 셈이다. 이제 새누리당의 주류는 친박이 아니라 ‘탄핵파’ 즉 비박(비박근혜)이라는 의미다.

 비박은 어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탄핵안 표결 결과는 결국 친박 지도부가 당내에서도 불신임 당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서 지도부 퇴진과 친박의 인적 쇄신을 주장했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도는 13%로, 제2 야당인 국민의당과 같고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3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탄핵 지지도 80%나 된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는 당장이라도 박 대통령 탄핵소추에 결정적 기여를 한 비박계에 당의 지휘봉을 넘겨주고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기존에 제시한) 12월 21일 전에 물러날 용의가 있다”면서도 “당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되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최소한의 장치’란 비상대책위원장 선출과 비대위 출범을 의미한다. 결국 비대위 체제 출범에 뭔가 입김을 가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자신들이 정치적 주군으로 받든 박 대통령이 정치적 파면 선고를 받는 순간 친박은 그 참담함에 스스로 정치적 퇴장을 선언해야 옳다.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까지 된 처지에 계속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 진정 새누리당을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당장 탈당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박 대통령이 당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징계 문제를 논의 중인 새누리당 윤리위원회가 제명을 결정한다면 친박과 비박 간에 내전이 일어나고 당 자체가 두 동강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비박이 지도부를 맡는다고 보수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을 완전히 허물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 도덕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보수 정당을 세워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