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20)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곳곳에서 등장한다. 검찰은 13일 정 씨의 승마 훈련 지원을 위해 35억원을 송금한 의혹을 받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체육계 비리 척결 주문과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의 좌천 인사는 정 씨가 전국승마대회에서 2위에 그친 데 대한 최 씨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정 씨는 2015년 이화여대에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독일에 있는 정 씨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최 씨가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할 당시 최 씨의 변호인은 “20세밖에 안 된 딸이 세상에서 모진 매질을 받게 된 데 대해 어미로서 가슴 아파하고 있고 관용을 베풀어 주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이 딸을 소환하지 않는 대가로 최 씨의 귀국을 종용한 것이라는 의심도 든다. 최 씨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혐의를 확인해줄 정 씨의 소환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최근 대기업 총수들을 소환해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과정의 강제성을 추궁했으나 총수들로부터 “역대 정부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자금을 건네는 일이 있었다”는 이상을 답변을 끌어내지 못했다. 총수들을 압박할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최 씨의 기소 전에 박 대통령 수사까지 마무리하는 무리한 일정에서 빚어진 사태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부실하면 박 대통령이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에 대해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이라고 언급한 수준을 넘지 못할 우려도 있다.
여야는 어제 최 씨에 대한 별도 특검에 합의했다. 특별검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합의해 추천하기로 했다. 특검은 정유라 씨 외에도 최 씨의 언니 최순득 씨와 조카 장시호 씨도 조사해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가 대통령이 그어놓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못하고 특검에 넘어가 검찰이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