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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는 여대표, 청와대만 쳐다보지 말고 국감을 하라

단식하는 여대표, 청와대만 쳐다보지 말고 국감을 하라

Posted September. 27, 2016 08:55,   

Updated September. 27, 20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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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에 따른 여야의 극한대치로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행했다. 어제 열릴 예정이던 12개 상임위 중 ‘국감 보이콧’을 선언한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은 5개 상임위가 열리지 못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도 일부 정회했으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는 김 장관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차관에게만 질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개원 4개월 만에 무려 4차례나 파행한 20대 국회가 ‘사상 최악’이라던 19대 국회에도 못 미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의원’이라고 호칭하며 “정 의원이 파괴한 의회민주주의를 복권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며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정 의장은 24일 새벽 해임안 처리과정에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나…어버이연합(청문회) 둘 중의 하나 내놓으라는데…그냥 맨입으로 안 되는 거지”라고 말했다. 야권은 해임안 철회의 조건으로 이 두 가지를 요구하며 정치적 흥정을 시도한 바 있다. 엄정한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야당 대변인처럼 말한 것이다.

 정 의장은 ‘국감을 2∼3일 연기하자’고 중재안을 내놨으나 파행의 큰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24일 새벽 여당 원내대표에게 서류통보만 하고 의사일정을 변경하는 등 편파 진행을 한 것부터 사과해 대치정국의 빗장을 풀어야 한다. 정 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정파에 치우친 개인 의견을 피력해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전력이 있다. 여야 대치가 예상되는 20대 국회에 심판까지 선수로 뛰면서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려는가.

 그렇다고 집권여당이 국감까지 보이콧하는 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우병우 대통령수석비서관 문제 등 민감한 정치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국감을 거부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체제에서 여당이 거부한다고 국감이 안 열리는 것도 아니다. 국감에서 야당이 보인 무분별한 폭로와 증인 망신주기, 국정운영 방해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감장에 나가야 한다.

 이정현 대표도 민생 탐방이나 ‘모기 보고 칼 빼기’ 식의 단식보다 더 큰 국정 어젠다를 주도해 여당 대표의 위상을 찾아야 한다. 청와대의 강공 모드에 당 대표가 단식이나 하면서 따라간다면 당이 청와대 하부기관 소리밖에 더 듣겠는가.



박제균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