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이 ICBM 엔진시험 성공할 동안 정부와 군은 뭘 했나

북이 ICBM 엔진시험 성공할 동안 정부와 군은 뭘 했나

Posted September. 21, 2016 08:29,   

Updated September. 21, 2016 08:35

日本語

 북한 관영매체들이 어제 “새형(신형)의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에서 대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엔진 연소 시간 200초, 추력 80tf(톤포스·80톤의 추력)라는 북의 주장이 맞는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개발이 완성단계에 왔다는 의미다. 80t 엔진 4개를 ‘클러스터링’ 기술로 묶으면 미국 본토 어디로든 통상 500∼1000kg의 핵탄두를 쏠 수 있다. 북이 다음달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외교부는 북의 엔진시험 성공 발표에 “북이 추가 도발을 할수록 고립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북은 1월 4차 핵실험부터 이번 엔진 시험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일사천리로 진척시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 표준화, 규격화에 노동· 무수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투발수단의 시험발사에도 성공해 이제 ICBM 시험발사만 남았다. 김정은의 호언대로 이제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까지 북핵의 사정권에 들게 될 판이다.

 북의 가공(可恐)할 핵무기가 현실이 될 때까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북의 새 로켓 엔진은 우리가 2020년을 목표로 19년째 개발 중인 한국형발사체의 75t엔진보다 추력이 크다. 우리는 연료탱크 용접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7월에야 엔진을 145초간 연소시키는 시험에 성공하고도 목표보다 연소시간을 2초 늘린 점을 자랑했다. 북의 과학 수준을 얕보며 한국형발사체의 우월함을 주장했던 과학자들은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군이 개발 중인 정찰위성 5기도 정찰 주기가 2시간이어서 이미 발사준비 시간 1시간으로 단축된 북의 동향을 탐지할 수 없다. 2022년 목표로 대북 선제타격 시스템 ‘킬 체인’을 개발해도 써보지도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북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국력을 쏟아 부어 착착 성과를 만들어가는 동안 우리는 대응 수단을 확보하지도 못했고, 관련 분야의 과학기술도 뒤쳐졌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위중한 안보 현실은 미국에 기대는 것 외에는 믿을 게 없는 풍전등화(風前燈火)나 마찬가지다. 정부와 군에 ‘북핵 불용’ ‘북핵 응징’을 관철할 역량과 의지와 수단이 과연 있는지,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