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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주변국 힘으로 밀어붙여 고립 자초할 건가

시진핑 주석, 주변국 힘으로 밀어붙여 고립 자초할 건가

Posted September. 05, 2016 08:32,   

Updated September. 05, 20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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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항저우(杭州)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반대를 명확히 했다. 시주석은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드는 북한으로부터의 잠재적인 미사일을 파괴하려는 것이 목적이며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 “동맹국 안보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회담을 했던 두 정상이 남중국해와 사드 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놓고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갈등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은 말로는 평화를 내세우지만 중국이 주변국들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부치는 모습을 보여 심히 우려된다. 베트남 석유탐사선 케이블을 끊고 인도네시아 어선 출입을 막으면서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이 불법이라는 국제 상설 중재재판소 판결까지도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요20개국(G20) 개막연설에서는 “지난 시기의 냉전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며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인다.

 오늘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사드에 관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안보주권을 지키면서도 사드를 둘러싼 갈등이 다른 분야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는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중국국제현대국제연구원과 아사히신문과 공동주최한 한중일 연례심포지엄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서로의 인식 차이를 분석해 인정하는 것부터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일본측 히라이와 괴지 간세이가쿠인대 교수는 “사드 문제는 한반도의 지역적 문제이자 중국과 미국과 같은 슈퍼 파워 사이의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타협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올 7월 푸틴 대통령과 시주석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3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우리 두 나라는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도 사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유엔 상임이사국으로 중국과 함께 사드에 반대했던 러시아에서 이만한 반응을 끌어낸 것은 우리 외교의 성과라고 할만하다. 북한만 싸고돌다가는 점점 더 고립무원이 될 뿐임을 깨우치기 위해서도 러시아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