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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배기까지... 테러현장엔 주인 잃은 ‘슬픈 인형들’

네살배기까지... 테러현장엔 주인 잃은 ‘슬픈 인형들’

Posted July. 18, 2016 06:56,   

Updated July. 18, 20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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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촛불 가지세요.”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니스 트럭 테러 참사 현장을 취재 중인 기자에게 세 살배기 사내아이가 작은 촛불을 건넸다. 아이 옆에서 무릎을 꿇고 촛불을 켜고 있던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엄마는 눈물을 닦은 뒤 아들을 꼭 껴안았다. “내 아들 같은 아이들이 재앙을 당했어요. 우리 모두의 일이죠. 아이와 함께 기억해 두려고 나왔어요.”

 니스 테러 현장에는 14일 밤 19t 트럭이 군중 속으로 돌진해 희생된 84명을 기리는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니스의 이름난 해안가 산책로인 ‘프롬나드 데장글레’ 곳곳에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추모 제단에는 촛불이 밤새 환하게 빛났다. 주말인데도 새벽부터 문을 연 꽃 가게에는 헌화할 꽃을 사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번 추모 제단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 인형이다. 곰, 판다, 원숭이 등 귀여운 동물 인형들이 잔뜩 놓여 있는 이유는 희생자들 가운데 어린이가 10명 이상 포함됐기 때문이다. 네 살배기 소년 야니스 코비오 군은 이번 니스 테러 희생자 가운데 최연소다. 야니스 군 가족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 니스 해변을 찾았다. “야니스는 나와 떨어져 친구들과 함께 있었어요. 처음엔 트럭이 나를 향해 돌진했죠. 본능적으로 아내를 길 밖으로 밀어내고, 나도 10cm 정도 차이로 트럭을 피해 넘어졌어요. 일어나 아이를 찾았는데 피 웅덩이에 누워 있더군요. 아이 손을 놓는 게 아니었는데….” 아버지 마이클 코비오 씨는 “심장을 도려낸 것 같다”며 가슴을 쳤다.

 테러 현장 서쪽 렌발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병원에는 이번 참사로 다친 어린이 30명이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사살된 테러범 모하메드 불렐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동조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16일 “범인은 매우 빨리 급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지침에 노출된 개인들과 마주하고 있다. 훈련을 받지 않아도, 대량살상무기 없이도 테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IS 대변인 모하메드 아드나니는 2014년 “폭탄을 터뜨리거나 총을 쏠 수 없다면 차로 돌진하라”고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선동한 바 있다. IS 연계 매체도 “이 작전은 무슬림을 공격하는 십자군 동맹의 민간인을 겨냥하라는 IS의 요청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테러와 관련해 남성 5명과 테러범의 전처 등 여성 2명이 체포됐다.

 그러나 범행 동기를 밝혀줄 명확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범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부수는 등 성격이 괴팍했고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 기도도 하지 않고 라마단 기간에 단식 대신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니스에서 연락두절 신고가 접수된 62명의 안전을 모두 확인했다”며 한국인 피해자는 없다고 밝혔다.니스=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