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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뿐 아니라 세계정치의 흐름을 뒤바꿀 브렉시트

세계경제뿐 아니라 세계정치의 흐름을 뒤바꿀 브렉시트

Posted June. 17, 2016 07:19,   

Updated June. 17, 20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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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2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일 기준금리를 현행 0.25∼0.50%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재닛 옐런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의 한 요인이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라고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도 어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나라는 영국과의 무역 금융 연계가 낮아 상대적으로 브렉시트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정치의 흐름까지 바꿀 수 있는 브렉시트의 영향을 영국과의 무역 문제 정도로만 보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한 뒤 EU와 새로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지 못할 경우 2030년까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2%까지 손실이 예상된다. EU에 균열이 생겨 주요 회원국들이 탈퇴하면 내부 시장규모가 축소되면서 세계 교역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주도해온 자유주의적 정치 경제적 흐름을 되돌리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의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테러 이후 영국의 브렉시트 지지 여론이 반대를 앞지르는 역전극이 벌어졌다. 브렉시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꼽는 주요 이유가 EU의 이민 정책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유입될 것에 대한 우려다. 오랜 경제침체로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뺏긴다는 피해의식도 팽배해 있다. 반면 영국의 주류 정치세력과 엘리트계층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 쪽으로 나온다면 이들 기존 정당과 정치권, 경제사회적 기득권 계층에 대한 ‘대중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주류세력의 반대를 뒤엎고 대선 후보로 결정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영국 같이 개방적이었던 나라가 고립주의, 국수주의의 길로 가는 것이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일이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보수당 내 반(反)EU 세력을 달래고 포퓰리즘적 독립당의 약진을 막기 위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그 공약으로 총선을 이기긴 했지만 결국 자승자박이 됐다. 정치적 목적으로 내건 포퓰리즘 공약이 외교 사안과 연계될 경우 자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어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우리나라도 “반미(反美)면 어때”를 외쳤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미관계가 왜곡된 경험이 있다. 외교든, 경제든, 복지든, 유권자들의 반짝 지지만 노리고 국익은 도외시하는 포퓰리즘은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렉시트는 경제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통합과 협력을 지향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성장했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우리가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토대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미리 내다보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