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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7억…로또 변질된 보금자리 주택

Posted June. 08, 2016 07:23,   

Updated June. 08, 201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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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세곡지구 LHe편한세상에 살고 있는 김모 씨(43·여)는 요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2013년 102m²(31평형) 아파트를 분양가 3억200만 원을 주고 샀는데 7억 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오랫동안 전세 생활을 하다 부모님의 국가유공자 자격으로 보금자리주택을 특별 분양받아 입주한 뒤 주위 표현대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김 씨는 “오르면 1억5000만 원 정도 생각했다”며 아파트 덕택에 노후 걱정을 덜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나 예상했듯 아파트는 몇 년 만에 분양가의 2배 넘는 가격으로 올라 소유주에게 2억∼4억 원 정도의 차익을 안겨줬다. 최근 동아일보 취재진이 살펴본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분위기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개발해 지은 곳이라 아파트 단지는 조용했다. 다른 지역 아파트가 비싸서 딱히 이사 갈 곳이 없다는 주민도 이미 수억 원을 벌고 떠난 이웃들의 얘기를 잘 알고 있었다.

 보금자리주택은 이명박(MB) 정부를 대표하는 공공주택 사업이다. 상당량을 시세보다 낮게 분양하기로 하면서 강남권 분양 물량은 ‘로또’가 될 것이라는 비판은 초기부터 나왔다. 특히 강남 지역 아파트의 전매 제한이 지난해 9월부터 차례로 풀리면서 매매 거래에 불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아파트 시세는 엄청나게 뛰었다. 2012년 공공분양으로 입주해 지난해 전매 제한이 풀린 강남지구 LH푸르지오의 경우 거래가 가장 많은 80m²(25평형) 아파트는 현재 가장 싼 매물이 6억1000만 원이었다. 분양가가 2억5000만 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세 배 가까이로 뛴 셈이다.

 거래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주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시세차익 남기고 급하게 나갈 사람은 불법 전매를 해서라도 이미 꽤 나갔고 이제는 살면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더 오르리란 기대 때문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매매 성사 단계에서 가격을 높여 부르다 계약이 깨지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 사무소 대표는 “가격이 오르고 있어서 매물을 내놨던 사람도 거둬들이고 전세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정동연·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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