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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3명중 1명은 치아상태 엉망

Posted May. 09, 2016 07:17,   

Updated May. 09, 20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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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경북도 은덕군에서 나고 자란 이모 씨(53·여)는 탈북하기 전까지 치과를 구경해본 적이 없다. 이가 아프면 인근 불법 진료소를 찾아 마취도 하지 않고 이를 뽑는 게 가장 흔한 치료법이었다. 틀니나 임플란트는 상상도 못했다. 어금니를 하나 뽑으니 다른 치아들이 기울고 깨져 지난해 4월 탈북했을 땐 성한 이가 없었다. 이 씨는 결국 하나원에서 이를 10개나 뽑아내고 부분틀니를 했다.

 이처럼 치아 일부를 상실한 채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자가 3명 중 1명꼴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하나원은 2011∼2015년 탈북한 8395명 중 2943명(35.1%)이 임플란트, 틀니, 브리지 등 인공적으로 치아를 만들어주는 보철치료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탈북자의 73.8%는 40세 미만의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남아있는 고령자의 치아 건강 실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2년 구강검진 결과를 분석한 결과 40세 미만 한국인의 보철치료 비율은 8.4%에 불과했다.

 탈북자들의 치아 상태가 나쁜 이유는 위생 관념이 부족하고 의료 환경이 열악해 제대로 된 치과 진료를 받지 못하다가 통증이 심해지면 발치(拔齒) 위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군별로 1곳씩 있는 ‘구강전문병원’은 예약이 3, 4개월씩 밀려 있는 게 기본이고 의료 자재가 부족해 금 은 구리 등 보철 재료를 환자가 직접 구해가야 하는 탓이다.

 하나원은 2010년부터 치아 상실 입소자 전원에게 무료로 보철치료를 하고 있지만 모든 탈북자가 수료 전에 치료를 마치는 것은 아니다. 치과의사 2명과 치위생사 3명 외에도 ‘열린치과봉사회’ 소속 의료진이 주말마다 하나원에 들러 진료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환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서울의료원과 함께 신경치료와 임플란트 등의 시술에 탈북자 1인당 15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진료를 받은 탈북자는 500여 명이다. 이현우 서울의료원 치과 과장은 “오랫동안 부실한 치아를 방치하다가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서야 치과를 찾는 탈북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