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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소재 영화 ‘귀향’ 기적 같은 100만 관객

일제강점기 소재 영화 ‘귀향’ 기적 같은 100만 관객

Posted February. 29, 2016 07:06,   

Updated February. 29, 201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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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극장가의 화제는 단연 영화 ‘귀향’과 ‘동주’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영화 ‘귀향’은 개봉 5일 만인 28일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투자자가 없어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고, 메이저 아닌 중소 회사가 배급을 맡은 영화가 거둔 실적으로는 놀랍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를 만든 조정래 감독조차 “하루하루가 기적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흑백영화 ‘동주’ 역시 개봉 11일째인 27일 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비 6억 원의 저예산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개봉 첫 주보다 둘째 주에 상영관이 더 늘어나 장기 흥행이 예상된다.

 이처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중문화 콘텐츠들은 최근 큰 반향을 부르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망한다’는 게 업계의 속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암살’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작이 줄줄이 제작되고 있다.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밀정’(김지운 감독, 송강호 공유 주연)은 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이야기를, 내년 개봉 예정인 ‘군함도’(류승완 감독, 황정민 소지섭 주연)는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 명의 조선인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 9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강제 노역했던 하시마(端島) 섬을 다룬 것도 시청률 16%를 넘기며(닐슨코리아) 화제가 됐다. 또 윤동주 시집 복간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윤동주를 소재로 한 뮤지컬과 음반이 나오는 등 이례적인 ‘윤동주 붐’도 함께 일고 있다.

 이들 콘텐츠는 우리가 불편해했던 수탈의 역사,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기존 콘텐츠가 독립운동가나 난세의 영웅을 내세워 카타르시스를 줬던 것과는 다른 점이다. 전문가들은 아베 신조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색된 한일 관계와 최근 위안부 소녀상 철거 논란 같은 이슈가 대중의 역사적 관심, 책무 의식을 자극했다고 해석한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귀향’과 ‘동주’는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와 별개로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는 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한일 관계와 위안부 소녀상 이슈가 겹치면서 해당 시기 콘텐츠들에 대한 대중적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역사적 비극 때문에 희생된 평범한 개인을 내세운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공감을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귀향’의 주인공은 속수무책으로 위안부에 끌려가야 했던 힘없는 10대 소녀들이며, ‘동주’ 속 시인 윤동주는 민족 투사라기보다는 선량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의 문학도인데도 일제의 핍박을 받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부조리한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희생됐던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 것”이라면서 “그만큼 세상이 불합리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청춘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