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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비 안 냈으면 꺼져라" 는 충암고 교감

"급식비 안 냈으면 꺼져라" 는 충암고 교감

Posted April. 08, 20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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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충암고에서 급식비를 안 낸 학생들에게 공개 망신을 준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교감이 2일 점심시간에 배식을 받으려고 줄 선 학생들에게 넌 1학년 때부터 몇백만 원을 안 냈어. 밥 먹지 마라 꺼져라. 너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 본다 같은 폭언을 했다는 것이다. 급식실 앞 복도에서 학생들의 급식비 납부 현황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학교 측은 최근 4년간 못 걷은 급식비가 8237만 원이라며 매년 쌓이는 손해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형편이 괜찮으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급식비를 상습 체납한 가정도 문제지만 교감의 행동도 교육적이지는 않다. 급식비 촉구는 차라리 교실에서 했어야지 밥 먹으러 간 학생들을 내쫓는 건 너무했다. 이 학교는 2011년 공사비 횡령과 회계 부정 등 32건의 비리가 적발돼 교육청으로부터 29명의 징계를 요구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해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못 받아 놓고 학생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경남도의 전면 무상급식 중단을 놓고도 논란이 있다. 홍준표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 643억 원을 저소득층 자녀의 EBS 교재비와 교육비로 돌린 데 대해 포퓰리즘 폐지가 옳다와 지나쳤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면서도 홍 지사의 추진 방식에는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급식비 지원을 받으려면 10여 가지 서류를 내야 하는 판이니 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

무상급식은 KBS 개그콘서트의 소재로도 등장했다. 5일 선보인 새 코너 민상토론에서 사회자는 다짜고짜 토론자에게 무상급식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다그쳤다. 토론자가 아이들 먹는 문제니까 중요한데 하면 찬성하는 거냐고 단정하고, 홍준표 하면 홍 지사를 지지하냐고 윽박질렀다. 아무리 코미디라지만 어떻게?라는 토론은 사라지고 모 아니면 도식 편 가르기만 하는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같아 웃으면서도 뒷맛이 썼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