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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에 방치된 환풍구의 덫

Posted October. 20, 201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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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생명을 앗아간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참사는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나 관람객이 안전에 신경을 조금만 더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17일 오후 첫 번째 출연자인 걸그룹 포미닛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시작하기 직전 사회자는 3, 4차례 위험하니 내려와 달라고 지하주차장 환풍구 위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경고방송을 했다. 그러나 관람객들이 아랑곳하지 않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는 바람에 사고를 불렀다.

공연 시작 10분여 만에 환풍구 위에 있던 사람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철판 덮개가 휘어져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주최 측이 환풍구 위의 관람객들에게 내려오지 않으면 공연을 시작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요구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다. 공연현장에 안전요원은 없었지만 무대 쪽의 진행요원들이라도 보내 조치를 취한 뒤 공연을 했다면 사고를 방지했을 것이다. 행사진행 측의 방심과 관람객의 안전의식 부재가 부른 참사여서 참으로 안타깝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지상에서부터 건물 지하 4층 주차장까지 곧바로 뚫려 있다. 많은 사람이 올라가 덮개가 무너지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건물의 지하주차장 환풍구는 어떤 기준에 따라 어느 정도 무게를 견디도록 설치해야 하는지 안전규정조차 없다. 그래서 환풍구를 부실하게 만들어도 규제할 방도가 없고 설치 업체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시공업자가 알아서 공사를 적당히 하면 그만이다.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대도시의 도심에는 지하철과 지하주차장과 연결되는 환풍구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환풍구 덮개 주변에 시민의 접근을 막는 안전시설이나 위험경고 표시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환풍구의 안전 규정부터 시급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 다중()이 몰리는 공연장에선 위험이 상시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판교 테크노벨리 축제는 야외 공연이어서 주최 측이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고 행사를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장 안전대책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겠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옥내 공연과 같이 야외 공연에 대한 안전 매뉴얼도 정비해야 한다.

공연장이든 경기장이든 스스로 위험한 행동을 자제하고 규칙을 지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세월호 참사 6개월이 지났는데도 우리사회에서 과연 안전과 관련해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