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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기술 무시하다 쇠락 스마트폰 원조 블랙베리 사라진다

터치스크린 기술 무시하다 쇠락 스마트폰 원조 블랙베리 사라진다

Posted September. 25, 20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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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애플과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 1, 2위를 다퉜던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5년 만에 함께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달 초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데 이어 스마트폰의 원조로 불리는 블랙베리마저 23일 매각을 발표했다. 이날 애플 아이폰 신제품의 첫 주말 판매량이 900만 대를 돌파해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엇갈린 소식이 나오면서 잠시 방심하면 사라지는 정보기술(IT) 업계의 냉혹한 현실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캐나다의 스마트폰 업체인 블랙베리는 이날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약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페어팩스파이낸셜홀딩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47억 달러(약 5조 원)에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주당 9달러의 가격으로 2008년 6월 19일 149.9달러의 최고 주가에 비하면 10%도 안 되는 헐값 매각이다. 페어팩스는 6주간의 실사를 거쳐 최종 인수가 이뤄지면 뉴욕증시에서 블랙베리를 상장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첫선을 보인 블랙베리는 휴대전화에 PC의 컴퓨터 자판을 담으면서 탁월한 e메일 및 메시지 전송 기능으로 기업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에게 자랑할 정도로 애용하면서 오바마폰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IT업계의 변화의 바람에 적응하지 못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08년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블랙베리는 44.5%로 애플(19.2%)과 삼성(8.6%)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같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2분기 기준 세계 시장점유율은 삼성(30.4%)과 애플(13.1%)에 크게 뒤진 2.9%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이후 아이폰을 두고 질 낮은 장난감, 터치스크린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지나친 자만심을 보인 것이 내리막길을 걸은 이유라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전자 등은 빠르게 시장 변화에 적응했다.

블랙베리는 올해 초 뒤늦게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았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주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4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오다 결국 매각 결정에까지 이르게 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2강 구도에서 LG전자와 중국 업체들이 추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