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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 않는 교회, NGO에 불과 (일)

Posted March. 16, 201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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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회개하지 않으면 교회는 인심 좋은 비정부기구(NGO)에 불과하다

신임 교황 프란치스코는 즉위 첫날인 14일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대성당에서 처음 집전한 미사 첫 강론에서 교회와 가톨릭 신자가 신앙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예수의 이름을 부른다면 우리는 예수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인 존재일 뿐이라며 이는 어린아이가 쌓은 모래성처럼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느님에게 기도하지 않는 이는 곧 악마에게 기도하는 것이라는 프랑스 작가 레옹 블루아(18461917)의 말도 인용했다.

교황 즉위 첫날부터 다양한 파격적 행보가 화제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달리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설교해 일반 신도와 소통했다. 미사 전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찾을 때는 교황 전용 세단 대신 교황청 경찰 소속 차량을 이용했다. 교황은 콘클라베(추기경단 선거회의) 참가를 위해 2주간 묵었던 호텔 방에서 직접 짐을 꾸려 체크아웃하고 숙박비도 계산했다. 앞서 교황은 13일 선출된 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때 다른 추기경들과 함께 소형 버스에 탑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 등의 말을 인용해 교황 선출 뒷얘기를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교황청의 관료조직을 보호하려는 보수파가 선두로 떠오른 개혁파 안젤로 스콜라 밀라노 대교구장의 선출을 막기 위해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교황 프란치스코)을 밀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때부터 바티칸의 2인자로 군림했던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교황청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단 단장 등 보수파는 이탈리아 혈통으로 성향도 온건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조직적으로 지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콘클라베 전 예비모임에서 추기경 전원이 발언할 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고 첫 투표에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1위를 차지했다. 교황 선출이 이뤄진 5차 투개표에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당선권인 77표를 넘자 추기경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편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조국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정권 아래의 군부와 민주화 운동 세력 간의 더러운 전쟁(Dirty War) 시절 교황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신임 교황이 공식 발표된 지 몇 시간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성당 인근 담에 새 교황은 군사정권 시절의 독재자 호르헤 라파일 비델라의 친구라는 비난 글이 새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당시 예수회 소속 가톨릭의 고위 성직자였던 교황은 예수회 신부 2명이 군에 끌려가 가혹한 조사를 받도록 방조하는 등 군사정권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14일 신임 교황은 앞으로 현 아르헨티나 정부의 도덕적 권위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정민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