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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차명계좌 허위발언해 국론분열 조현오 법정구속

"노 차명계좌 허위발언해 국론분열 조현오 법정구속

Posted February. 21, 201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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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보유 의혹을 제기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전직 경찰청장을 명예훼손으로 법정 구속한 것은 파격적인 판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의 차명계좌 발언은 허위라고 못 박았다.

국론 분열한 죄에 중형 선고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일하던 2010년 3월 기동단 팀장급 398명을 상대로 특별교양 강의를 하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전날) ###10만 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해 유족 측으로부터 고소당했다. 검찰은 조사를 통해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성호 판사는 조 전 청장이 지목한 계좌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 2명의 은행계좌 4개가 발견됐지만 거래내용을 볼 때 몇 천 원부터 수백만 원이 수시로 입출금돼 거액의 차명계좌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권양숙 여사의 심부름을 담당한 행정관이 자기 계좌로 현금을 받고 지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조 전 청장이 권 여사가 차명계좌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특검(특별검사 도입)을 못하게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강연 전에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들었다고 할 뿐 누군지 밝히지 않고 있다.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허위사실 공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조 전 청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근거 없이 막연하게 허위사실을 말해 국민들이 차명계좌에 대해 쑥덕거리게 됐고 수많은 의혹이 증폭됐다며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 사이에 국론을 분열시켰고, 검찰도 국민으로부터 차명계좌 수사를 중단한 것처럼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발언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근거를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뭔가 있긴 한데 밝히진 못하겠다는 건 허위사실 공표보다 더 나쁜 행위라고 말했다. 또 언론이나 법정에서는 피해자 측에 사과한다고 했지만 한번도 직접 용서를 구한 적이 없었다. 진정한 의미의 사과와 반성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20분간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이 판사를 바라봤던 조 전 청장은 법정 구속이 선고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재판이 열리기 5분 전 분홍색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도착해 담담한 미소를 짓던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었다. 방청석은 탄식을 내뱉는 사람들과 눈물 흘리는 사람들로 순간 술렁였다.

선고 직후 노무현재단은 사필귀정이라며 패륜적 행태가 우리 사회에 더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경종을 울렸다는 논평을 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이 일선 기동대장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한 발언임을 감안해주지 않아 아쉽다며 역대 청장들이 계속 처벌되는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죄질 나쁘면 여지없다잇따른 법정구속

법조계에서는 이번 선고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나는 명예훼손 범죄에서 징역 10개월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것은 법원이 여론을 이끄는 사회지도층의 허위사실 공표를 무겁고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2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1년 명예훼손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2981명이다. 이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건 43명, 집행유예형도 55명뿐이다. 1690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하급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곧바로 법정 구속하는 원칙이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계열사 자금 465억 원을 빼돌려 펀드 투자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수천억 원 규모의 탈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과 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 정두언 의원도 1심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7월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해 논란을 빚은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카페 회원 3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도 법정 구속을 하지 않아 도망가는 자유형 미집행자가 속출하는 데다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뒤 피고인을 수감하는 게 더 큰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급심 판결 강화 방침에 맞춰 하급심의 위상을 높이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는 대법원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최예나 최창봉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