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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롬니의 당선 가능성

Posted August. 31, 2012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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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미국 대선 당시 김대중 정부는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의 당선을 은근히 바랬다. 첫 남북정상회담,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뤄진데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승자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였다. 이듬해 3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햇볓정책을 설명하며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설명하던 김 대통령의 말을 끊은 뒤, 자국민을 굶어죽이며 핵개발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합리적일 수 있냐며 따지듯 물은 일화는 유명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세기 이후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윌리엄 태프트,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 W 부시 등 4명에 불과하다. 미국 첫 흑인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오바마의 이슬람과의 화해도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장기불황의 터널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 자리 수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호전시키지 못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1차 걸프전 승리로 한때 90% 가까운 지지를 보였던 안보대통령 아버지 부시를 침몰시킨 것도 빌 클린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였다.

30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전문경영인(CEO) 출신 경제전문가다.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딴 그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흑자 올림픽을 만들었고 경영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배인캐피털을 흑자 경영으로 바꾸는 능력을 발휘했다. 반면 외교안보 분야의 경험은 일천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초강경 자세다. 네오콘으로 명성을 떨친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와 매파적 관여를 주창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멘토다.

전당대회 효과 덕분인지 롬니는 선거기간 내내 오바마에게 48% 가까이 뒤쳐졌던 지지율 격차를 좁혀 마침내 43%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남북한도 강한 미국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해결사(Mr. Fix It)를 자처하는 롬니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 한국의 진보정권은 미국의 보수정권과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내왔다.

하 태 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