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미국 측과 접촉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핵 문제 전면 재검토를 또 다시 언급했다. 핵 문제를 매개로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한 압박전술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보낸 e메일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미국 측과 비공식 접촉을 했다고 밝혔다고 이 방송이 3일 보도했다. 최 부국장은 이어 우리의 핵 문제 전면 재검토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며 핵 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국장은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이자 최영림 내각총리의 수양딸로 알려진 인물로 북한 외교가의 실세 중 한 명이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20일 이른바 김일성 동상 파괴 미수 사건을 계기로 핵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31일에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핵 억제력 강화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4월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미국 정부가 통 큰 대화에 나서지 않자 이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협상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