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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피 희대의 사기꾼 장례식 3만 피해자들 못 믿겠다

중도피 희대의 사기꾼 장례식 3만 피해자들 못 믿겠다

Posted May. 22, 20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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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다단계 사기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도피한 조희팔 씨(55)가 지난해 말 현지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하지만 시신이 화장돼 유전자 감식을 통한 과학적 확인이 불가능하고 조 씨 측근이 한국 정서와 맞지 않게 장례식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위장사망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씨가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온 여자친구 K 씨 등과 칭다오()의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급체를 호소해 병원으로 옮기던 중 구급차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 씨는 2006년 10월부터 2년여간 대구 등지에 다단계업체를 차린 뒤 건강용품 판매사업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3만여 명을 투자에 끌어들여 3조50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2008년 12월 충남 태안지역 해경과 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밀항한 뒤 도피생활을 해왔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53세의 중국동포로 신분을 세탁해 중국 옌타이()에 숨어 살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국내에 머물고 있는 조 씨 가족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조 씨의 중국 호구부(주민등록증)와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가족들에게 조 씨의 행방을 추궁한 끝에 조 씨의 응급진료기록과 사망진단서 화장증 등을 확보한 뒤 현지 병원과 응급의사 등을 통해 지난해 12월 18일 조 씨가 사망한 것으로 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1일 조 씨가 입관된 모습이 포함된 장례식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도 공개했다. 해당 동영상은 조 씨의 측근이 찍은 것으로 조 씨 딸이 경찰에 제출했으며 장례식에는 조 씨의 자녀 등 가족과 내연녀 부하직원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조 씨가 경찰과 피해자들의 추적을 따돌리려 숨진 것으로 위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우선 조 씨 사망 직후 시신이 화장돼 유전자 감식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 의심을 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장을 하면 고온 때문에 뼛속 유전자가 모두 소실돼 시신의 생물학적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죽음 후 열린 장례식에서 시신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촬영한 것도 사망을 위장하기 위해 일부러 증거를 남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액과 피해자가 많아 일일이 보상하기 어려운 까닭에 위장 사망을 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서류 위조나 공무원 매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도 위장 사망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사망을 거짓으로 꾸몄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공범 2명의 신병을 중국 공안부로부터 넘겨받아 최소 300억400억 원으로 알려진 조 씨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한편 중국에서 도피 중인 실질적 자금관리인 강모 씨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광영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