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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 권력교체 앞둔 미-중 인권지뢰 터졌다 (일)

대선 – 권력교체 앞둔 미-중 인권지뢰 터졌다 (일)

Posted April. 30, 201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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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에 의해 가택연금돼 온 저명한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가 탈출해 중국 내 미국공관으로 피신함에 따라 미중 관계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은 대선을, 중국은 정권교체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미중 관계의 영원한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라는 지뢰가 터진 것이다.

22일 산둥() 성 린이() 시 둥스구() 촌의 자택에서 탈출한 인권변호사 천광청(41사진) 씨는 29일 현재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천 변호사는 어린 시절 질병으로 시력을 잃고 독학으로 변호사자격증을 딴 뒤 농민과 장애인의 권리 보호운동을 펼쳐왔다. 4년 3개월에 걸쳐 징역을 살았고 2010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에서 집중 감시를 받아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여러 차례 그의 석방을 중국에 요구하는 등 중국 인권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탈출과 미국 보호는 미중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8일 재선에 도전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천 씨 편에 확실히 서지 않으면 자유와 법 수호자로서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모두 정치적 격변기인 데다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를 실각시키고 권력투쟁설을 야기한 왕리쥔() 전 충칭 시 부시장의 미국공관 망명 기도 사건의 여파가 여전한 상태여서 이번 사건을 양국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5월 3, 4일 베이징에서 제4차 미중 연례 전략 및 경제대화가 열린다. 미국 측에서는 클린턴 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중국 측에서 왕치산() 부총리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참석한다. 이래저래 양국의 여론이 집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미국 인사는 로이터통신에 사건 발생 타이밍이 더 이상 나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양국은 천 씨와 관련해 언급을 삼가고 있다. 외신은 인권단체들을 인용해 양국 고위인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공식 확인은 되지 않지만 천 씨는 주중 미국대사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천 씨가 100% 안전한 곳에 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주중 미국대사관이 천 씨가 공관 내에 있냐는 질문에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경우 1989년 톈안먼()사태 직후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했던 천체물리학자 팡리즈() 교수와 같은 폭발력 있는 사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반체제 인사가 주중 미국공관을 통해 망명한 사례는 팡 교수를 빼놓고는 알려진 게 없다. 팡 교수는 미대사관에 피신한 지 13개월 만에 미중 간의 비밀협상을 통해 중국이 출국 허가 등을 해줘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었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천 씨 사건은 양국 관계에 매우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천 씨가 미국 망명이 아닌 정상적인 생활을 원할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는 탈출 이후 미국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박해를 고발하고 원자바오() 총리에게 불법폭행 조사와 처벌, 가족의 안전보장, 부패척결을 요구했다.



이헌진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