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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심은 미래 위한 희망의 정치를 명령했다

[사설] 민심은 미래 위한 희망의 정치를 명령했다

Posted April. 12, 20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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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에서 민심()은 어느 당의 손도 화끈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한쪽 진영에 완전히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양쪽 진영의 의석수가 절묘한 세력 균형을 이루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이런 정치 현상은 민심의 무서움을 절감케 한다.

2004년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은 탄핵 바람을 업고 152석의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그러나 민생을 소홀히 하고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념 투쟁에 골몰했다. 4년 뒤 18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계승한 민주당은 겨우 81석을 건질 수 있었다. 민심의 준열한 경고를 외면한 결과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일각에서는 자체적으로 과반 의석을 획득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부적격 후보를 공천 강행하는 독선을 보였고, 외설 막말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김용민 후보를 끝까지 끌어안고 가는 오만함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말 바꾸기도 국민의 불신을 샀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민주당에 정신 차리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2007년 17대 대선에서 530만 표 차이로 압승을 거두고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를 빼고도 153석의 단독 과반 의석을 거둔 것에 비하면 이번 총선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삶이 팍팍해진 서민이 등을 돌린 결과다. 특히 서울에서 중산층과 서민층 지역의 투표성향이 확연히 갈렸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어느 정도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을 당시 100석을 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지만 당초 기대를 웃도는 선전을 했다. 충청권과 강원권에서 박풍(박근혜 바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유권자 4000만 명의 절반이 몰린 최대 승부처 수도권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 것은 박풍의 지역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18대 국회 때 81석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낸 것은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민심의 풍향과 야권연대의 위력을 보여준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손잡은 야권연대가 박풍에 비해 위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낙동강 벨트에서 문재인 바람은 그다지 위력적이지는 못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무시할 수만은 없음을 확인해주었다. 민심은 여야 어느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여야 모두 이런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야만 대선에서 뜻을 펼 수 있을 것이다. 민심은 여야 모두에 미래를 위한 희망의 정치를 명령했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19대 국회에서 보여줄 의정활동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념 대신 실용, 과거가 아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만 중산층의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국민은 극단적인 이념 투쟁에 신물이 나 있다. 민주-통합진보당 연대가 이런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정파적 이익에만 몰입하는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엄중한 심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총선 민심을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석한다면 그 어느 쪽이든 대선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통진당은 18대에 비해서는 의석을 늘렸지만 민주당과 연대를 했음에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직도 다수 국민이 통진당의 종북주의와 반미() 등 극단적인 이념투쟁을 외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진보좌파 진영은 총선을 앞두고 이념과 정책 차이를 뛰어넘어 연대를 이루었다. 반면 보수우파 진영은 새누리당 이외에 자유선진당, 국민생각으로 갈라졌다. 이번 총선에서 선진당은 제3당도 지키지 못해 당의 존재감마저 불투명해졌다. 충청권 지역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우물 속에 안주한 탓이다. 국민생각도 참패를 면치 못했다. 보수우파 진영의 세력 재편과 결집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8개월 남은 대선을 앞두고 진보좌파 진영의 세 결집은 더 가속화할 것이다. 보수우파 진영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분열해 패배한 교훈을 되새겨 세 규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모지의 한복판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이정현(광주 서을) 민주당 김부겸(대구 수성갑) 후보는 선전()했지만 당선의 영예를 안지는 못했다. 예전에 비해 지역성이 완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지역 구도의 벽은 높았다. 이, 김 후보의 도전은 비록 실패했지만 지역 구도를 깨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모두 대선후보를 정하기 위한 경선에 들어갈 것이다. 여권에선 박근혜 대세론이 더 공고해졌다. 야권에선 문재인 당선자와 함께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제3세력을 어떻게 묶어낼지도 관심사다. 대선정국의 와중에서도 이 대통령은 국정을 마지막까지 잘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