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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채 한국 채권, 갖고싶다 아우성

Posted April. 09, 20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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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석유공사의 자금담당 직원들은 두 팀으로 나눠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를 훑었다. 해외 채권 발행에 앞서 투자자들을 만나고 시장 동향도 살피기 위해서였다. 당시 미국 쪽을 맡았던 석유공사 자금팀 관계자는 우리와 미팅을 하자고 먼저 요청한 투자자들이 예년의 두 배 정도나 됐다며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10억 달러어치의 5년 만기 외화채를 연 3.2%의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금리 평가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5년 만기)보다 2.1%포인트밖에 높지 않은 수준이다.

한국 기업들의 외화 조달비용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채권 발행에 나섰다 하면 투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채권가격이 꾸준히 높아지는(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작년 말이나 올해 초만 해도 한국 채권의 미국 국채 대비 가산금리는 3%포인트 중반대였지만 어느새 2%포인트 초반으로 낮아졌다. 100억 달러(약 11조3200억 원)를 빌렸을 때 금리가 1%포인트 내리면 이자비용이 기존보다 1억 달러는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이달 초 삼성전자가 연 1.827%라는, 국채를 포함한 한국물 사상 최저 금리로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국제시장이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웃돈 주고서라도 사자 주문 쇄도

흔히 투자자들은 시장에 새로 나오는 채권에는 뉴 이슈 프리미엄(NIP)이라는 추가 금리를 요구한다. 투자자들로선 이미 시장에 유통되는 같은 기업의 채권이 있는데 굳이 신규 채권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이 급한 기업들은 기존 채권의 유통금리에 0.300.50%포인트를 NIP로 얹어주고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은 NIP가 0에 근접하거나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몰리면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한국 채권을 사려 한다는 뜻이다. 올 2월 산업은행의 외화채는 비슷한 만기의 기존 유통채권보다 발행금리가 0.08%포인트가량 낮았다. 지난달 석유공사의 채권도 NIP가 0.10%포인트로 마이너스였다.

양승원 산업은행 외자조달팀장은 채권값을 높였는데도 매수 요청이 순식간에 많이 쌓였다며 주문을 더 받을 수도 있었지만 투자자들이 주문한 것보다 채권 배정을 적게 받으면 실망할 것을 우려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산업은행의 채권 발행액은 7억5000만 달러였지만 주문은 40억 달러가 몰렸다.

시장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한국 기업과 은행들의 채권 발행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물 외화 채권은 올 1분기 117억 달러로 벌써 지난해 총 발행액(296억 달러)의 40%에 육박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 개선돼

한국 채권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엔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의 여파로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경색됐지만 지금은 각국 중앙은행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시장에 온기가 생겼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