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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지역 대테러장비가 돈 먹은 불량품 (일)

파병지역 대테러장비가 돈 먹은 불량품 (일)

Posted February. 28, 201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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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나 레바논 등 우리 군 파병지역에 엉터리 폭탄테러방지 장비를 납품해 거액을 챙긴 군납업자와 이를 묵인해준 장교들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테러 위협을 무릅쓰고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군 장병들의 목숨을 담보로 일부 군 간부가 사리사욕을 채운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한국군 파병부대를 노린 자살폭탄공격에 대비해 주파수 교란장비를 만들면서 기본 기능조차 작동되지 않는 불량 장비를 5대 납품해 10억35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군납업자 김모 씨(33)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씨가 만든 장비의 성능이 기준 미달인 점을 알고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직권남용)로 방위사업청 무기계약 담당 허모 중령(43) 등 군 간부 4명을 국방부에 인계했다.

주파수 교란장비는 테러세력이 설치한 폭발물의 주파수를 교란시켜 리모컨 등 폭발장치가 작동하지 않도록 막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군은 납품업체 선정 때 반경 200m 이내에 202500MHz 대역의 모든 주파수를 차단해야 하고 12시간 이상 지속 운용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가 군에 납품한 장비는 일반 승용차용 리모컨 주파수조차 차단하지 못했고, 2시간만 운용해도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작동을 멈췄다. 김 씨는 싸구려 중국산 부품을 쓰면서 고가의 미국산 부품을 사용했다고 속여 실제 소요된 2억5000만 원보다 3배가 넘는 제작비를 받아냈다.

허 중령은 김 씨의 장비에 심각한 결함이 있고 제작비가 부풀려진 사실을 알면서도 심사과정에서 이를 눈감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김 씨의 업체가 주파수 교란장비 납품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군사기밀을 넘긴 혐의(군사기밀 누설)로 육군 권모 소령(35)을 적발해 국방부에 통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초 김 씨의 업체는 기술력이 부족해 납품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권 소령으로부터 작전지역 주파수 명세나 안테나 배치표 등 기밀을 넘겨받는 특혜에 힘입어 업체에 선정됐다. 경찰은 전직 대령인 브로커 A 씨가 김 씨와 군 간부들을 중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A 씨의 금전거래 명세를 수사하고 있다.



신광영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