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무인로봇이 훠이훠이 시속50km 맹렬 추적 레이저 쏴 첨단 퇴치

무인로봇이 훠이훠이 시속50km 맹렬 추적 레이저 쏴 첨단 퇴치

Posted February. 08, 2012 05:31,   

日本語

초록 레이저 뿜어내고 100dB(데시벨) 매 울음소리 뱉어내고

버드 스트라이크는 군 공항의 말 못할 골칫거리다. 새 한 마리가 전투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느냐 싶지만 대수롭게 여길 일이 아니다. 가령 시속 370km로 비행하는 전투기에 900g 정도인 청둥오리 한 마리가 부딪히면 그때 충격이 4.8t에 이른다. 전투기 엔진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면 추락 위험까지 있다. 조종사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 때문에 비행훈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기 전 비행장 주변의 새를 쫓아내는 절차는 필수다. 이날 비행훈련에서는 F-16이 10대 이상 이륙했고 그때마다 이륙 직전 새를 쫓는 작업이 계속됐다.

조류 퇴치 로봇의 키는 2.5m, 무게는 1.4t이다. 머리에는 원형 스피커가 달려 있다. 펑 소리도 이곳에서 나왔다. 300m 떨어진 거리까지 최고 100dB에 이르는 큰 소리를 토해낸다. 총이나 대포 소리 외에 새의 울음소리도 낸다. 천적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본능적으로 피하는 새의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시끄러운 매 울음소리를 틀자 청둥오리들이 재빨리 자리를 떴다. 조류 퇴치 로봇은 현재 13종류의 소리를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 내보낼 수 있다.

스피커 옆에는 레이저가 달려 있다. 12km 거리에서 한 무리의 새들이 나타나자 레이저가 초록색 빛을 뿜어냈다. 새는 레이저를 보면 막대기로 착각해 위협을 느끼고 피한다. 초록색 레이저를 발사하자 새들의 날갯짓이 한층 빨라지며 저 멀리 사라졌다.

스피커와 레이저 옆에는 카메라도 두 대 달려 있다. 300m 이내의 거리에서 길이 30cm 정도인 새가 나타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새를 포착한다. 새가 이동하자 카메라도 따라 움직이며 새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추적했다. 카메라 한 대는 열영상 방식이어서 야간에도 가동할 수 있다.

6월 테스트 끝낸 뒤 시범 운영

조류 퇴치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새를 쫓아다닐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조류 퇴치 로봇 개발 책임자인 김창회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혼자 움직이는 조류 퇴치 로봇이 개발된 건 세계 처음이라고 말했다. 관제실에서 사람이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류 퇴치 로봇은 전기배터리로 움직이며 활주로 주위에서 활동한다. 배터리를 충전하면 8시간 동안 최대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다. 수풀에서는 최대 시속 30km로 움직인다. 메뚜기를 잡아먹으려고 새가 활주로 옆의 수풀에 내려앉으면 조류 퇴치 로봇이 지그재그로 돌진해 새를 쫓아낸다.

여기에는 원자로에 사용되는 기술이 적용됐다. 원자로에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만큼 보수가 필요할 때 사람이 직접 들어가지 않고 로봇을 이용한다. 원자로 제어도 원격으로 이뤄진다. 이들 기술이 조류 퇴치 로봇에도 사용됐다. 김 연구원은 로봇이 고장 나더라도 전투기와의 충돌사고 예방을 위해 활주로에는 절대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계하는 등 안전기술도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테스트 결과는 성공적이다.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진 프랑스 레이저 퇴치 시스템의 퇴치율(새를 내쫓는 비율)이 40%인데 조류 퇴치 로봇은 이보다 높은 60%로 분석됐다.

현 군무원은 영하 20도를 밑도는 겨울 한파나 36도를 웃도는 한여름 살인적인 더위에도 비행이 있는 날에는 병사들이 공포탄을 쏴 새를 쫓아낸다면서 조류 퇴치 로봇이 도입되면 병사들의 체력 부담을 덜고 효율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류 퇴치 로봇이 우수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공군 비행장 여러 곳에서 테스트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원주비행장에서도 조류 퇴치 로봇을 테스트 중이며 3월부터는 수원비행장에서도 테스트를 한다. 공군은 6월 로봇 테스트가 완료되는 대로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현경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