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 접속하자 우주에서 바라본 푸른 지구가 떠올랐다. 마우스를 이용해 확대하자 점차 세밀한 지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소 입력창에 서울 강남구를 입력하자 순식간에 초정밀 3차원(3D) 항공사진이 나타났다. 마우스로 360도 돌려 보면 마치 실제 거리에 서서 둘러보는 느낌까지 들었다. 1일 국토해양부가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형 3D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인 V월드(Visual-Virtual World) 얘기다.
V월드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은 구글보다 한 단계 높다. 구글은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해 가까이 접근하면 해상도가 떨어진다. 거리를 볼 수 있는 스트리트뷰도 실제 현장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V월드는 훨씬 입체적으로 거리와 지형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주변보기에서는 건물 주변 거리를 입체적으로, 경관보기에서는 건물 옥상에서 본 주변 경치를 확인할 수 있다.
건물명칭 등 기본 정보만 제공되는 구글과 달리 V월드에서는 특정 건물을 마우스로 선택하면 건물명칭, 용도, 높이와 면적 등 다양한 건물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공시지가나 토지용도, 개발제한구역 해당 여부 등 11가지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국토부는 V월드 서비스를 통해 민간기업들이 부가가치를 높인 다양한 공간정보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모바일의 발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등에서 공간정보 활용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 세계 공간정보산업은 첨단기술과 융합해 시장규모가 2010년 740억 달러(약 83조 원)에서 2015년 1250억 달러로 연평균 11%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미래 유망 산업 영역이다.
국토정보가 3D로 구축되고 이것이 실내 공간정보까지 확대되면 이를 활용한 서비스는 무한대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집을 살 때 발품을 팔지 않아도 층별로 내부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고, 조망과 채광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장 내부와 진열대를 3D로 구현하면 집에서도 실제 매장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가상쇼핑을 할 수 있다.
재해, 재난 예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구조 활동 시 소방관의 위치 추적을 통해 원격으로 상황조치를 하고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도시 재정비 등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도 미리 완공 현장을 보면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 밖에 3D 박물관서비스, 사이버 문화유산 답사, 아바타를 이용한 사이버종합민원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인 창조기업, 벤처기업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 2020년까지 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오픈플랫폼을 활용하면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공간정보 시장에서도 정보독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영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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