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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산주의 작곡가 정율성

Posted January. 20, 201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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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시대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 공산주의가 유행한 적이 있다. 공산주의 실험은 훗날 참담한 실패로 끝났지만 당시에는 무산자()혁명 사상으로 무장한 항일무장투쟁이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을 유력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항일 투사들은 자연스럽게 국경 건너 중국을 무장 투쟁의 주요 무대로 삼았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인 혁명가 김산은 무정부주의자로 활동하다가 중국 공산당에 가담해 항일투쟁을 벌였다. 1938년 일본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당한 그의 인생은 님 웨일즈의 소설 아리랑을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41년이었지만 국내에 번역돼 출판된 것은 1986년이었다.

KBS가 15일 방영한 다큐멘터리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이 프로그램은 정율성에 대해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됐고 중국의 3대 현대음악가 중 한명으로 추앙받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그는 625 전쟁 때 중공군으로 참전했고 북한의 공식군가처럼 불리는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김일성에게 바친 인물이다. KBS는 정율성의 친북용공 행적은 외면한 채 그의 삶을 미화하고 영웅시하는데 초점을 맞춰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공영방송의 세계적인 모델인 BBC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은 공영방송 제작의 원칙으로 국가정체성 및 공동체 의식이라는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BBC가 1986년 테러 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지도자 2명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자 영국 정부가 나서 제동을 건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KBS PD 박건 씨는 한 기고에서 내가 수호하고 싶은 체제는 친일파 후손들과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이 때마다 냉전이데올로기를 교묘히 이용해 여전히 잘 먹고 잘사는 그런 체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박 씨는 세계최악의 독재자 김일성의 하수인으로 대한민국에 총을 겨눈 공산주의자를 치켜세우는 것이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의 할 일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KBS 김인규 사장은 국가정체성을 흔든 이 프로그램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우리는 알고 싶다.

하 태 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