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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수 리더십

Posted October. 27, 201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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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뉴욕에서 뮤지컬을 보고 구두 쇼핑을 한 사실을 후회한다는 내용을 회고록에 담았다. 휴가 중이었던 그는 당시 부시 행정부에서 최고위급 흑인이었던 내가 무슨 생각에서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자책했다. 라이스뿐 아니라 딕 체니 부통령, 앤드루 카드 대통령 비서실장도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늑장대응 비난을 받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처음 40% 아래로 추락하며 레임덕의 시작을 알렸다.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도 올해 1월 퀸즐랜드 주를 강타한 홍수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총리가 호주와 영국의 크리켓 경기를 관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가 이끌고 있는 노동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댐 건설을 반대한 노동당에 대한 비난도 고조됐다. 위기를 직감한 길러드 총리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홍수 피해복구를 위해 저소득층과 홍수피해 가구를 제외한 가구에 대한 홍수세를 추진해 지지율을 회복했다.

오빠 탁신 전 총리의 후광을 업고 집권에 성공한 태국 잉락 친나왓 총리의 국정수행 능력이 홍수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 신인인 잉락 총리는 태국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350여명이 목숨을 잃은 이달 8일에야 홍수피해대책 센터를 만들었다.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오빠의 전철을 밟을까 두려워 군부대 투입을 주저하는 바람에 군 장병을 동원한 방콕 주변의 제방 쌓기가 늦어졌고,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수 가뭄 지진 쓰나미 산불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위정자가 갖고 있는 능력과 자질은 여과 없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자연재해 발생은 인간이 막을 수 없다고 해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리더십의 몫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 이후 간 나오토 민주당 정부가 보여준 무능에 일본 국민은 분노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 통치시기에는 단 한 해도 가뭄과 홍수 없이 지나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세종은 모든 자연재난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구휼에 최선을 다했다. 선장의 능력은 역시 풍랑을 만났을 때 발휘되는 법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