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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30m 원전 축소판 내달께 블랙아웃 실험 (일)

높이 30m 원전 축소판 내달께 블랙아웃 실험 (일)

Posted September. 30, 20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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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찾은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의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곳이다.

하루 전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원자력안전 고위급회담 기조연설에서 후쿠시마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아니다라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게 원자력을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27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진 지 200일. 이 사고 이후 원전 안전의 중요성이 최우선시된 상황이기 때문에 원자력연구원의 연구진들은 노심용융, 증기폭발, 방사성 물질 대량 유출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안전기술 개발에 밤낮없이 매달려 왔다.

전원이 없더라도 원전 냉각 가능

원전 비상사태 시 가장 시급한 것은 원자로와 핵연료의 안전한 냉각이다. 열이 식지 않으면 노심용융이 발생해 심각한 피해를 가져온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까지는 원전 사고로 전원이 끊기더라도 5단계 전원공급시스템에 따라 원전이 가동되기 때문에 심각한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5단계 전원공급시스템은 발전소 내 자체발전, 인근 발전소에서 끌어오는 전원, 디젤발전기, 비상배터리, 배터리 차량 등을 통한 대체전원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수단이 완전히 불가능해졌을 때를 대비한 것이 피동보조급수장치(PAFS)다. PAFS는 모든 전원이 차단돼 펌프가 작동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연구원 측은 개념설계와 자체 안전연구를 끝낸 상태로 10, 11월 예비실험과 내년 초 본실험 때 원자력 모의사고 종합실험장치인 아틀라스와 연결해 원전 전체 시스템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실증실험을 할 예정이다.

송철화 열수력안전연구부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5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국제원자력회의에서 PAFS의 설계를 처음 소개하자 모두 새로운 개념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원전에서 전원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연구원 입구에서 차를 타고 3분여를 들어가니 6층 높이의 철골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복잡한 배관들이 보였다. 이것이 독일 PKL, 일본 LSTE와 함께 세계에서 3대뿐인 모의사고 종합실험장치인 아틀라스다. 높이 30m의 아틀라스는 핵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해 증기를 생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원자로와 똑같은 구조를 가진 장치다. 전체 크기는 경수로의 280분의 1이지만 압력 최대 185기압, 온도 370도로 원전 내부와 똑같다. 곳곳에 설치된 1260개 계측기를 통해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고장을 일으켜보고 그 데이터를 모은다.

10, 11월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상황 때와 마찬가지로 내외부 전원이 완전히 사라지는 스테이션 블랙아웃 예비실험을 한다. 예비실험이 끝나면 기초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에 본격적인 실험을 한다. 블랙아웃 실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처럼 원전 내부 전원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전혀 전원을 공급받을 수 없을 경우 원전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를 점검함으로써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사고가 났을 때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함이다.

원자로 노심용융까지 막는다

원전 사고 시 가장 심각한 것은 연료가 녹아내려 원자로 바깥으로 핵물질이 노출되는 것이다. 증기폭발은 금속 등 물질이 녹은 고온의 용융물이 물과 반응해 순간적으로 엄청난 열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말하는데, 용융물의 양에 따라 폭발력은 위력적일 수 있다. 문제는 핵연료의 증기폭발은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었지만 5월 끝난 트로이 실험을 통해 핵연료도 증기폭발을 일으킨다는 것을 파악했다. 연구진은 증기폭발이 일어나도 원자로의 격납고를 파괴시킬 정도의 폭발력은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원은 내년부터는 핵연료가 녹았을 때 노심이 아닌 원자로 측면이 깨지거나 터지는 상황을 만들어 관찰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방사능 테러 피해 예측 프로그램 개발

또 도시에서의 방사능 사고나 테러 위협에 대비한 확산평가와 피해 예측 프로그램인 메트로-K도 개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핵 오염 가상 시나리오로 프로그램 평가를 진행 중에 있으며 내년 2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때마침 내년 3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담 때 혹시 있을지 모르는 테러에 대비해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유용하 edmo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