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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노하우 일본 주택업체 몰려온다

Posted August. 30, 201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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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의 단독주택단지. 외관이 화려하고 하얀색, 파란색 지붕을 얹은 주택들 사이로 태양광 집광판을 지붕에 올린, 갈색의 소박한 2층 주택이 눈에 띄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작은 연못과 다다미방 같은 일본풍의 설계가 독특했고, 소음과 에너지 손실을 막아주는 진공 유리창과 바닥재도 눈에 들어왔다.

겉보기엔 일반 콘크리트주택과 똑같은 이 집은 일본 현지 공장에서 제작된 목조주택을 통째로 옮겨와 문을 연 일본 단독주택 브랜드 미사와 홈의 본보기집(모델하우스)이다. 16일 문을 연 뒤 주말에는 하루 2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메이드 인 저팬 주택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한국 부동산시장을 공략하는 일본 기업과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주택업체들은 한국 단독주택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계 투자자금은 한국 부동산을 사들이며 국내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올 2분기에만 2009년 한 해 사들인 규모만큼의 한국 부동산을 매입하는 놀라운 먹성을 보였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 부동산시장에 투자하는 일본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부동산업계 소문이 정부 통계로 처음 확인된 셈이다.

일본 주택업체들, 국내시장 진출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일본 주택업체들은 주로 입소문에 의존한 판매에 치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본보기집을 세우고, 국내 판매법인과 독점 계약을 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도요타그룹이 대주주인 일본 목조주택 브랜드 1위 회사 미사와 홈은 이달 중순 동백지구에 단독주택 본보기집을 열고 한국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 판매를 전담할 미코하우스와 독점 판매계약도 했다. 목조주택 전문기업인 타니가와건설도 지난해 말 타니가와코리아를 설립하고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를 거점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철골주택으로 유명한 세키스이 화학공업의 주택 자회사 세키스이하임은 다음 달 1일 용인시 동천동에 본보기집을 열고, 한국시장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국내 단독주택 건설전문업체인 이에스하임과 손잡고 한국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 단독주택 전문업체인 스미토모임업도 국내 1위 목재기업인 동화홀딩스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세운 뒤 단독주택 브랜드 네이처하우스를 만들어 판교신도시와 동백지구에서 단독주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 단독주택 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부동산시장을 대신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충헌 미코하우스 본부장은 한국에도 고급 단독주택 수요가 나타나고 있지만 50년 이상의 단독주택 노하우를 가진 기업은 한국에 없다고 말했다. 김준범 이에스하임 사장은 단독주택에 관한 한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높다고 전했다.

일본인 국내 부동산 매입도 활기

일본 자금의 국내 부동산시장으로의 유입도 활발하다. 2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분기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 268만 m를 매입하고 144만 m를 매각해 124만 m(0.5%)가 순증했다. 일본인(교포 포함)은 이 기간에 20만3000m를 순매입(매입물량에서 매각물량을 뺀 것)하면서 미국(73.3만 m)에 이어 한국 부동산 투자국 2위에 올랐다. 일본의 2분기 국내 부동산 투자규모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2분기(6만 m) 때보다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고, 2009년 한 해 동안 순매입한 물량(20.5만 m)과도 엇비슷하다. 국적별로도 그동안에는 유럽이나 중국계가 일본을 앞섰다.

부동산개발컨설팅회사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계 자금이 국내 부동산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소문이 많았다며 이런 정황이 정부 통계로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부동산산업과 문성요 과장도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계 자금의 유입이 늘고 있다며 일본인의 한국부동산 투자가 추세로 굳어질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이건혁 imsoo@donga.com reali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