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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 당당히 한류 합류하나

Posted August. 15, 2011 07:23,   

日本語

사전 지식 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일시에 마음을 다 빼앗아 간 수준 높은 작품이다.(마쓰나가 미호 와세다대 교수아사히신문 7월 24일자)

6월 중순 일본어판으로 출간된 한강 씨의 소설 채식주의자(쿠온출판사)에 대한 서평이다. 이 소설이 최근 초판 1쇄 5000부를 다 소화하고 곧 2쇄에 들어간다. 채식주의자는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말라가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의 이야기 등을 담은 연작소설. 실용서나 한류 관련 책이 아닌 소설이 일본에서 2쇄에 돌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한국 문학 작품의 일본 진출 역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도 9월 말 슈에이사에서 출간될 예정이어서 일본 내 한국문학 바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 씨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에 소개된 한국 문학 작품은 58종(같은 시기 한국에 번역 출판된 일본 문학 작품은 2555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초판 소화가 쉽지 않다. BC에이전시 일본어권 담당인 한 유키코 팀장은 초판을 다 소화하고 2쇄에 들어간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채식주의자가 좋은 반응을 얻게 된 데는 여러 가지 긍정적이면서 복합적인 배경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먼저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 증가. 재일교포 3세 출신 번역가나 200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는 현지 학자들이 생겨나면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는 층이 넓어졌다. 재일 한국인인 김승복 쿠온출판사 대표도 서울예대에서 시 창작을 전공하면서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9년 한국 문학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쿠온출판사를 설립했다.

한국 문학의 수준이 향상된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한국과 일본 문학을 다 공부한 입장에서 볼 때, 2000년대 이후 한국 작가들의 작품 수준이 무척 높아졌다. 작품 자체로도 충분히 일본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채식주의자의 경우 김 대표가 책을 읽은 후 내용이 마음에 들어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번역 출판하게 됐고 그 결과 아사히, 마이니치신문 등 30여 개 신문의 서평에서 호평을 받았다.

대중문화 한류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이젠 일본 독자들이 한국이라고 하면 세련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고 했다. 이에 따라 쿠온출판사는 K팝처럼 K문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이 책을 홍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말 일본어판 출간을 앞둔 엄마를 부탁해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책의 판권을 수출한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 팀장도 바로 일본 시장으로 수출됐다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서구에서 좋은 평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온출판사는 앞으로 새로운 한국 문학 시리즈라는 타이틀로 한국 문학을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의 한국 문학 출판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채식주의자를 내면서 한국문학번역원으로부터 해외 출판 지원금 4000달러를 받아 홍보 마케팅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 해외 출판에 대한 지원을 늘려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