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슈퍼 약판매 불발 정부의 공허한 내수 활성화

[사설] 슈퍼 약판매 불발 정부의 공허한 내수 활성화

Posted June. 07, 2011 08:43,   

日本語

올해 2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밤 10시쯤 갑자기 배탈이 나서 소화제 사먹으려는데 약국 문 연 데가 어디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전국의 약국 수는 2만1000개이지만 동네 편의점과 슈퍼를 합치면 10만개가 넘는다며 의사의 처방 없어도 되는 약을 자유롭게 팔도록 하면 소비자 편익, 동네 슈퍼의 수입 제고, 약값 인하, 일자리 창출과 국내총생산(GDP) 상승의 1석 5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2년 4개월이라는 장수 재임기록을 세웠지만 슈퍼 약 판매 허용을 끝내 관철시키지 못하고 1일 이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내수를 어떻게 활성화시키는가에 관심을 갖고 앞으로 잘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우리 경제를 수출 위주의 대기업과 제조업이 주도해왔지만 그 온기가 서민층까지 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도, 서민들이 경기회복의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절실한 국정 과제다.

그러나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인 일반의약품(OTC) 슈퍼판매가 대한약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또 다시 무산되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 중 가장 쉽다고 여겼던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도 안되는 마당에 다른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어 내수 활성화를 하겠다면 어떤 국민이 믿겠느냐?

현 정부는 2009년 초 윤증현 장관 취임 때와 작년 가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직후, 그리고 최근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때를 비롯해 여러 차례 내수 활성화를 강조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다. 기득권 집단의 밥그릇 지키기도 원인이지만 정부 내에서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지 못하는 장관들이 많은 데다 이해관계자와 갈등을 조정할 리더십이 부족한 탓이 크다.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실현하지 못하면 무능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의료 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 의료시장에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풀어주면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끌어들이는 의료관광산업을 크게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서민 보호를 내세운 반대론을 뚫지 못하고 있다. 국부()도, 일자리도 못 만들게 가로막는 것을 서민 보호라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이런 이념적 허구()부터 스스로 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