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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서 멈춘 145년의 유랑 묵직한 침묵깨고 박수소리가 터져

국립중앙박물관서 멈춘 145년의 유랑 묵직한 침묵깨고 박수소리가 터져

Posted April. 15, 20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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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35분.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항공 B777-200 비행기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거리 8100km. 145년이 걸린 귀향이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일부는 14일 오후 고국 땅을 밟았다. 도서는 프랑스 현지 시간으로 13일 오후 1시 반 흰색 대형 트럭에 실려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을 출발해 한 시간 만에 샤를드골 공항 화물터미널에 닿았다. 15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살구색 나무상자가 하나씩 차례로 차에서 내려져 터미널 안으로 운반됐다. 나무판 네 겹에 온습도 조절을 위한 스티로폼, 방수패드까지 두른 나무상자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크기는 각각 달랐다.

상자들은 터미널에서 6시간을 머무른 뒤 비행기 화물칸으로 옮겨져 오후 8시 14분 이륙했다. 승무원이 승객 155명에게 여러분은 145년 만에 조국으로 귀환하는 외규장각 도서와 함께 타고 계시다는 안내방송을 했다.

비행기는 한국시간 14일 오후 1시 49분 인천공항 활주로에 닿았다. 활주로 아지랑이 사이로 도서를 실은 비행기의 모습이 나타나면서 43번 게이트 앞에 모여 있던 취재진들이 분주해졌다. 비행기는 천천히 바퀴를 굴려 게이트에 안착했고, 곧이어 흰 장갑을 낀 인부들이 몰려나와 비행기 앞 화물칸을 열었다.

화물칸 문이 열리고 외규장각 도서 귀향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두른 3.12.21.6m 흰색 컨테이너 두 개가 로더에 실려 활주로로 내려왔다.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 1차분이 145년 만에 고국 땅을 밟는 순간, 취재진은 물론 도서를 맞으러 나온 공항 직원들과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사진기와 휴대전화를 꺼내 감격적인 순간을 담았다. B777-200기를 무사히 운항한 배정곤 기장(60)은 정말 영광이고 아무런 탈 없이 정시에 도착해 다행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10여 분간의 기념촬영을 마친 특수컨테이너는 차에 실려 2.5km 떨어진 화물터미널로 향했다. 이곳에서 인부들은 도서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녹색 무진동 트럭에 상자 5개를 실었다.

도서를 실은 트럭은 오후 4시 5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하역장에 도착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 로랑 에리셰 프랑스국립도서관 큐레이터가 도서들을 맞았다. 트럭 짐칸에서 모습을 드러낸 살구색 상자들은 쉴 틈 없는 일정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말끔했다. 인부들이 수레에 상자를 옮겨 바닥에 내렸고, 세월의 무게를 짐작하게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상자가 땅에 닿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어 곧 상자들은 수장고로 이동했다.



이미지 이종훈 image@donga.com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