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망명 허용을 포함한 리비아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서방사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29일 더타임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리비아 사태를 조속히 끝내기 위해 카다피 원수가 국제형사재판소(ICC) 처벌을 받지 않고 아프리카 국가로 망명하는 방안을 국제사회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런던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아프리카연합(AU) 아랍국가 등 40여 개국의 외교장관 등이 모여 포스트(post) 카다피 전략을 모색한다.
아프리카 국가로 망명 논의
런던회의를 하루 앞둔 28일, 과거 리비아를 지배했던 이탈리아는 카다피 원수의 망명지와 관련된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카다피 원수에게 피신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미국도 카다피 원수가 도주할 경우 이를 막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망명지로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범위를 벗어난 아프리카 지역을 언급하며 카다피 원수는 물러난다고 말하는 게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AU 측에서 유효한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La7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는 리비아는 곧 해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카다피 망명지로 아프리카 국가가 거론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가디언은 미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워싱턴은 카다피 원수가 도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과 동맹들은 필요하다면 군사적 물리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카다피 원수를 몰아내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도 카다피 원수가 기소돼야 한다는 것이 영국정부 입장이지만 망명이 평화로운 해결의 대가라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아랍권 신문인 알바왑은 28일 서방국가들이 카다피 원수에 대해 축출(oust) 대신 퇴진(step down)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런던회의, 카다피의 종반전 위한 것
카다피 원수에게 제3국으로 퇴로를 보장해주는 방안은 이달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다 다국적군이 리비아를 공습한 지 나흘 만인 22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카다피 측근들이 출구전략을 포함한 향후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서방 고위관계자로는 처음으로 카다피의 망명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망명지까지 언급되며 카다피의 구체적인 퇴진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
한편 런던 회의에서는 카다피 퇴진 이후 리비아가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리비아의 유일합법정부로 인정받고 있는 반카다피군 국가위원회가 얼마나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잘 이끌어갈지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이 회의가 카다피 원수의 종반전(endgame)을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를 앞둔 28일 카다피 시대의 끝을 선포하는 공동 성명에서 카다피 측근들이 너무 늦기 전에 카다피를 버린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측근들을 재차 압박했다. BBC는 반카다피군이 잃어버렸던 땅을 재탈환하고 국제적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리비아 사태의 티핑포인트(극적인 전환의 순간)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염희진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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