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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친환경 무상급식 쇼

Posted February. 18, 20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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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신선식품 물가가 30.2% 급등함녀서 다음달 개학을 맞는 초중고의 급식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충청북도는 연간 740억원의 예산으로 급식을 꾸려가야 한다. 하지만 벌써 물가가 많이 올라 식단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유상급식을 할 경우 물가가 오른 만큼 학부모에게 급식비를 더 요구할 수 있지만 무상급식을 선언한 이상 학부모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는 형편이다.

3월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하는 서울시교육청이 그제 친환경 무상급식 건강식단 시연회라는 행사를 가졌다. 이전과는 차별화된 식단을 만들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학생들이 함께 시식()을 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이날 식단에 친환경 쌀 등 국내산 재료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으며 저염 저당 저지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메뉴는 구절판 너비아니 들깨미역국 냉이된장국 등 기존 급식보다 수준이 높았다. 새 학기 무상급식에서도 비슷한 식단이 제공될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충청북도에서는 급식의 질 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에서는 급식에 대한 기대를 잔뜩 부풀리고 있으니 어느 쪽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조하는 친환경 식단을 만들려면 일반 식품보다 1.5-2.5배 비싼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지자체 지원금을 합쳐도 한끼 3000원이 채 안 되는 금액으로 감당이 될지 모르겠다. 화학조미료를 안 쓰고 맛을 내고 저염 저당 식사를 제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손이 많이 간다. 수 천 명의 학생을 상대로 집단 급식을 하면서 제한된 인건비로 가능한 일인지도 불확실하다.

학부모들도 시연회에 나온 식단이 실제 무상급식에서도 제공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식품 물가 급등할수록 서울시교육청의 약속은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무상급식 다 걸기에 매진한 곽 교육감이 이 약속을 위해 또 어떤 무리수를 둘지 걱정이다. 학생들 먹이는 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서울 교육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날 시연회는 아무래도 눈가림 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