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식량난에 썰렁한 김정일 생일

Posted February. 16, 2011 07:59,   

日本語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69회 생일(16일)을 앞둔 북한의 분위기가 예년보다 쓸쓸해 보인다. 후계체제 공식화 이후 첫 생일인 만큼 레임덕(권력누수)을 막고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행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와 극심한 식량난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4년 전엔 시끌벅적했는데

김 위원장이 65회 생일을 맞은 2007년 초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에는 북한 당과 군 간부들에게 나눠줄 선물과 식량을 가득 채운 열차들로 북적거렸다. 당시는 이른바 5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여서 행사가 크기도 했지만, 북한은 간부들이 참석하는 김정일합창대회를 열고 평양 시내에 초대형 모자이크 벽화를 만드는 등 무려 52개의 행사로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올해 단둥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해외 공관들의 각종 선물 구입 활동도 뜸한 것 같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물론 북한 매체들은 올해에도 백두산 정일봉에 버들꽃이 피었다는 등 생일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우상화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는 4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대내외 환경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4년 전에도 1차 핵실험(2006년 10월)에 따라 유엔 제재결의 1718호가 발동된 상태였지만 북한이 북핵 6자회담에 곧바로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2차 핵실험 이후 강화된 유엔 결의 1874호로 일반 교역 및 사치품 거래가 중단됐다. 생일선물을 준비하던 조광무역 등 기관들도 제재 대상으로 발이 묶였다.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엔 한국의 524 제재 조치로 남북교역과 대북지원이 제한되면서 외화벌이도 끊겼다. 게다가 이집트 독재정권의 붕괴로 인한 심적 부담감까지 짓누르고 있다. 아직도 위험신호가 가시지 않은 김 위원장의 건강도 생일 분위기에 김을 빼고 있다.

군대마저 허덕이게 만든 식량난

김 위원장의 생일을 우울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식량난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식량난이 1990년대 중반의 홍수 위기와는 달리 심각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중단으로 생일행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북 매체는 북한군의 70%가 된장국 대신 소금국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최근 노동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북한의 모든 당 기관과 무역회사 등이 특별배급용 식량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평양시의 행정구역을 절반 이상 떼어낸 만큼 핵심지지 세력인 평양시민들에 대한 특별배급에는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주민 전체적으로는 어느 때보다 힘겨운 최대의 명절을 지낼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