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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수욕장과 해변

Posted January. 21, 2011 05:10,   

日本語

해수욕장이란 말은 일본에서 왔다. 일본인은 가이쓰이요쿠쇼라고 발음하지만 우리와 똑같이 이라고 쓴다. 중국에서는 해욕장(하이위창)이라고 부른다. 수()가 빠지긴 했지만 글자 그대로 보면 바다에서 멱을 감는 곳이라는 의미가 비슷하다. 영어의 beach에는 물놀이 한다는 의미가 없다. beach는 해변으로 번역된다. 일본어에도 해변()이라는 말이 있고 우미베라고 읽는다. 왜 굳이 해수욕장이란 말을 사용하게 됐을까. 해수욕장에는 그냥 해변이란 말에 담을 수 없는 요양이나 놀이의 개념이 들어있다.

어부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바닷가가 아니라 요양이나 놀이 공간으로서의 바닷가의 발견은 근대 문화의 산물이다. 18세기 중반 부르주아가 사회를 주도하면서 비로소 요양이나 놀이 목적으로 해변을 찾기 시작했다. 유럽 최초의 해수욕장은 1740년 영국 북해 연안 스카버러에 생겼다. 이어 1754년 영국 남부의 도버 해협에 면한 브라이튼에 해수요법양성소가 만들어져 유명세를 탔다. 19세기 일본 에도 시대에 요코하마 인근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는 외국인 거류지 제한구역 내에 포함돼 있었다. 외국인들이 바다에서 노는 모습은 일본인의 시선을 끌었다.

한려해상 다도해 태안해안 변산반도 등 국립공원내에 있는 해수욕장이란 명칭이 해변으로 바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제 국립공원 해변은 생태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매우 높지만 해수욕장이라는 명칭 때문에 여름철 물놀이를 위한 장소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여름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국립공원을 보고 즐기는 공간임을 강조하기 위해 올 7월 이전에 해변으로 이름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만리포 해수욕장은 만리포 해변, 변산 해수욕장은 변산 해변이 되는 것이다.

국립공원 내 해수욕장 주변에는 해수욕을 할 수는 없어도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해변의 일부로서 해수욕장을 보는 것이 해변의 의미에 다양성을 덧칠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해수욕장에는 해변으로 바꾸면 놓칠 수밖에 없는 뉘앙스가 있다. 영어의 beach는 그냥 seaside가 아니라 모래가 있는 seaside다. 해변이라고 해버리면 아름다운 바닷가 모래사장의 의미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아쉽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