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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선물 기다리던 북, 안풀리자 화났다? (일)

정상회담+선물 기다리던 북, 안풀리자 화났다? (일)

Posted August. 02, 20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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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1월 남한과의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결렬된 뒤에도 다시 여권 중진인사 A 씨를 통해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남북 간 정상회담 논의와 천안함 폭침사건의 상관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의 행보를 살펴보면 북한 지도부는 올해 2월까지는 A 씨 등을 통해 남한과의 정상회담 논의가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 듯하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발생 직전인 3월 초부터 북한은 성난 표정으로 돌변했다.

새로운 비선 A 씨의 의미

지난해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과 북측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싱가포르 비밀접촉에 이은 11월 통일 당국 간의 비밀접촉 정상회담 물밑 논의가 무산된 뒤 남북 사이에 새로운 비선이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돌기 시작했다. 당시 한 여권 인사는 북한이 다시 비선을 요구하고 있고 이쪽에서도 이번에는 내가 나서 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 중에서 북한이 A 씨를 택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A 씨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신의 인맥을 가동해 북측과 접촉해 왔고 한반도 분단 상황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평소의 주장이 북측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통일전선부 원동연, 이종혁 부부장 중 한 사람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적어도 올해 2월까지는 평양을 설득하며 대화의 끈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시 동아일보에 정상회담 논의는 밝힐 수 없는 통로로 진행되고 있지만 매우 더디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경직돼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는 A 씨를 통한 북한의 대화 요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응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2월까지 북한의 이중행보

북한은 A 씨의 활동이 시작될 즈음인 지난해 12월부터 민간 채널을 통해 남한 정부에 구애와 위협을 병행했다. 정상회담 개최를 제의한 뒤 남한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회유와 협박의 이중 전술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한 대북지원단체 대표에게 김정일 장군님이 남측과의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남측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송환해주기를 원하는 국군포로 170명, 납북어부 4명을 찾아 잘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초에는 남측과 남은 것은 전쟁뿐이다. 우리가 백령도를 점령한 뒤 서울에 핵을 겨누면 MB가 어떻게 하나 보자고 위협했다.

올해 2월 북한의 공개적인 언행에도 특유의 이중전술이 드러난다. 공세적 태도도 취했지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화에는 적극적으로 응했다. 2월 1일과 8일 남북은 개성공단 임금 인상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개성공단에서 했다. 2월 611일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은 베이징에서 남측 인사들을 만나 정부가 구상하던 북한 나무심기 사업의 조건으로 비료를 지원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

북한은 2월 초부터 대외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에 온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8일 면담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국에서 열리는 세미나 참석을 명분으로 북-미 양자대화를 갖는 방안을 추진했다.

호전적으로 돌변한 북한의 3월 행적

그러나 북한은 2월 말부터 남측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이는 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남측의 답변을 더는 기다리기 어렵다는 신호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월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불법 입국한 남조선 주민 4명을 단속했다고 보도하며 대남 위협에 나섰다.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3월 4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생트집을 부리며 (금강산과 개성) 관광길을 계속 가로막는 경우 우리는 부득불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며 남측 부동산 동결을 처음 언급했다.

이어 3월 12일 노동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경축사 내용을 비난하며 2009년 8월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이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방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 전날인 25일 금강산 내 남한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북한은 3월 초 한 민간 관계자를 통해 우리는 개성공단 억류 근로자와 연안호 어부를 석방하는 등 최선을 다했는데, 남한 정부는 얻을 것만 얻어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북측과의 대화를 거절한 데 대해 북측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또 천안함 사건 직후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에 대해서도 훈련기간 남측 전투기의 기수가 공해상에서라도 북측을 향하는 순간 이를 공격으로 간주하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