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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속엔 다음 등판 그리고 승리뿐(일)

Posted May. 03, 20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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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가장 먼 미래는 다음 선발 등판일입니다.

성적이 고만고만한 투수가 이 말을 했다면 딴생각을 할 여유가 없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던지기만 하면 이기는 투수의 말이다. 시즌 초 등판 불패 행진 중인 SK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켄(37). 그는 요즘 오로지 야구 생각과 이겨야겠다는 마음뿐이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카도쿠라는 30일 현재 6경기에 나가 6승을 거뒀다. 다승 선두이자 승률(100%) 탈삼진(39개) 1위에 평균자책 3위(1.98)로 30대 후반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에서 20042007시즌을 함께 뛴 LG 마무리 투수 오카모토 신야(36)는 전성기와 비교해 구종이나 구위가 달라진 게 없다. 구속도 완전히 회복했다며 입에 침이 마르지 않았다.

그러나 카도쿠라는 고개를 젓는다. 지금이 더 낫다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성기가 구위는 훨씬 좋았다는 것. 전성기 자신의 모습을 한국 팬들은 잘 모른다는 듯 그때는 내가 생각해도 진짜 강했다며 웃었다. 카도쿠라의 전성기는 요코하마에서 뛰던 2005, 2006년으로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고 2005년에는 리그 탈삼진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올해가 강해진 건 틀림없다고 한다.

SK 김성근 감독이 이런 카도쿠라를 안타깝게 바라본 때가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내가 오라고 할 때 왔으면 15승은 충분히 했을 거다고 말했다. 정규 시즌에서 8승 4패 평균자책 5.00으로 기대에 다소 못 미쳤던 카도쿠라가 포스트시즌 들어 잘 던지자 한 말이다.

카도쿠라는 SK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처음 밟던 때를 떠올리며 아쉬운 게 정말 많다고 했다. 그는 2008시즌이 끝나고 요미우리에서 방출됐다. 방출 얘기가 나돌 때부터 김 감독이 SK 입단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1월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의 마이너리그팀과 계약했다가 다시 방출됐고 시즌 개막 후 4월 중순에야 마이크 존슨의 대체 용병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겨울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다 한국으로 왔으니 스스로도 그때는 진지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1월 초 일본 고지 스프링캠프 훈련에 처음부터 참가했다. 외국인 선수가 스프링캠프 훈련을 처음부터 함께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다만 체력이 나도 놀랄 만큼 좋아져 구속이 올랐고 한국 타자들의 장단점을 알게 돼 불안감 없이 던지는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이유라 말했다.

지금처럼 계속 잘 던지면 메이저리그 진출이나 일본으로의 복귀가 욕심나지 않을까. 그는 지금 내 머릿속에 그런 게 들어 있으면 절대로 요즘처럼 던질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20승과 2점대 평균자책, 그리고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선수로서 개인 목표이고 김 감독을 내 손으로 직접 헹가래 쳐 보는 건 꼭 한 번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며 활짝 웃었다.



이종석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