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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박인비 일열도를 홀리다 (일)

Posted April. 27, 20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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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필드의 한류 열풍을 보도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거세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심에는 여왕벌 박인비(22SK텔레콤사진)가 있다.

박인비는 올 시즌 JLPGA투어 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 준우승 4회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25일 일본 시즈오카 현 이토에서 끝난 후지 산케이 레이디스 클래식을 공동 2위로 마친 뒤 귀국한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시즌 초반 몸이 덜 풀리는 슬로 스타터라 큰 기대는 안 했거든요. 일본에서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박인비에게 일본은 부활의 땅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유망주로 주목받은 그는 2008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최연소로 우승할 때만 해도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허리 부상이 찾아왔다. 6번 아이언으로 130야드도 못 칠 만큼 통증이 심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3개 대회에 출전해 7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2008년 7위였던 상금 랭킹이 50위까지 떨어졌다.

허리 디스크 판정으로 오랜 치료와 재활 끝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컨디션을 되찾았는데 이번에는 불황의 여파를 맞았다. LPGA투어가 스폰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회 수가 확 줄어들었다. 그래서 한국과 가까운 일본 무대에 눈을 돌려 지난해 12월 J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2위로 합격해 출전 자격을 얻었다.

박인비는 JLPGA투어 시즌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공동 2위를 시작으로 3연속 준우승하더니 지난주 니시진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3전 4기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3506만1333엔(약 4억1000만 원)으로 상금 선두에 나선 그는 J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60타대 평균 타수(69.87타)를 기록하고 있다.

겨울 훈련 때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로 부족했던 유연성과 근력을 집중적으로 키웠다. 스윙의 파워를 기르면서 비거리가 15야드 이상 늘어난 효과를 본다는 게 그의 얘기. 예전에 6번 아이언으로 공략하던 거리를 요즘은 7, 8번 아이언을 잡는다. 일본의 코스는 마지막 날 핀 위치가 경사면에 꽂혀 까다롭기는 해도 미국보다 전장과 러프가 짧아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JLPGA투어에서 이방인으로 겪는 텃세도 있다. 지난달 PRGR레이디스컵에서는 1위로 경기를 마쳤는데 1번홀 그린에서 어드레스에 들어간 뒤 공이 움직였는데도 퍼트를 했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우승컵을 내주는 불운을 겪었다. 나쁜 일은 빨리 잊는 편이에요.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죠. 요즘은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 것 같아요.

한국 음식을 먹어야 힘을 내는 박인비는 일본 투어를 돌면서도 전기 취사도구를 갖고 다니며 밥, 김치, 낙지젓 등을 꼭 챙겨 먹는다. 대중교통이 거미줄처럼 발달돼 있어 비싼 택시 대신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대회장으로 이동하고 골프장마다 흔한 온천을 즐기는 것도 이색적이다. 먼저 J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언니들의 도움도 많다. 이지희 프로가 넌 영어를 잘하니까 영어만 쓰라고 하더군요. 그래야 일본 사람들이 무시를 안 한다고요.

JLPGA투어에서 매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기는 해도 그의 주 무대는 LPGA투어다. LPGA투어에서도 4개 대회에서 20만7525달러를 벌어 상금 7위에 올랐다.

일본 투어를 통해 자신감이 커졌어요. 이젠 어디서든 잘할 것 같아요. 지켜봐 주세요.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