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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 영어강사 애용 위조사이트 이용해보니 (일)

무자격 영어강사 애용 위조사이트 이용해보니 (일)

Posted March. 25, 20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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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외 검색사이트에서 영어로 위조 졸업증 평가라고 입력하자 곧바로 여러 개 사이트가 주르륵 오르며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중 한 곳이 시선을 끌었다. 졸업증 위조 리뷰 사이트였다. 졸업증 위조 사이트의 90%가 사기여서 리뷰 사이트를 만들었다는 안내문이 있다. 품질, 서비스, 배송 속도, 가격, 신뢰도 등 여러 항목을 만들어놓고 점수를 매긴 뒤 A부터 F까지 졸업증 위조 사이트의 종합 점수를 평가했다. A사이트는 졸업증보다 성적증명서가 더 낫다는 구체적인 평도 적혀 있었다. 이 리뷰 사이트가 괜찮다고 평가한 한 졸업증 위조 사이트를 직접 들어가 봤다.

100200달러면 졸업증과 성적표 발급

이에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23일 인터폴에 수배된 재미교포 학원강사 이모 씨(26)를 체포했다. 이 씨는 미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가지고도 300달러에 대학졸업증을 위조해 한국에서 버젓이 학원강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기자가 24일 이 씨가 의뢰한 똑같은 경로로 위조 졸업증을 주문하는 과정을 추적해 봤다. 놀랍게도 미국 대학 졸업증 위조 사이트가 수십 개나 됐고 그 위조 사이트를 평가하는 리뷰 사이트까지 개설돼 있었다.

대부분의 해외 위조 사이트에서 대학졸업증과 성적증명서를 만드는 가격은 대략 100200달러(약 11만22만 원)였다. 비싼 곳은 400달러(약 44만 원)를 넘었다. 위조하는 증명서의 종류도 다양해 대학 졸업증명서는 물론이고 중고교 졸업증에 미국 출생증명서도 있었다. 리뷰사이트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리뷰를 믿고 한 위조 사이트에 들어가 대학졸업증을 주문했다.

주문하기에 앞서 몇 가지 궁금증을 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e메일로 질문했다. 15분도 되지 않아 회신이 왔다. 실제 졸업증과 얼마나 비슷한지 묻자 학교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미국 예일대를 말하자 예일대 졸업증은 라틴어로 쓰여 있으며 아리얼(arial) 글꼴을 쓴다며 가짜 졸업증 사진을 보내줬다. 그는 마지막에 예일은 몰라도 하버드는 진짜와 정말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주일 만에 예일대 졸업생

배송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이 사이트 운영자는 매주 아시아 국가로 배송한다며 지난해에는 중국 네이멍구()에도 무사히 배송했다고 안심시켰다. 도착에 걸리는 시간은 제작 기간을 포함해 710일. 200달러 정도면 일주일 만에 하버드대나 예일대 졸업자가 될 수 있다.

주문 자체도 간단하다. 해당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학교 이름과 졸업연도, 전공, 학위에 표시할 이름 등을 기입하면 된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원하는 학위를 선택하고 구입하면 끝이다. 기자가 선택한 항목은 졸업증과 성적증명서 두 가지를 109.95달러(약 12만 원)에 파는 특별 패키지 상품. 하버드대나 예일대 모두 같은 가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학은 최근 검증 과정이 많아져 이런 가짜 졸업증에 속지 않지만 어학원 등은 여전히 별다른 검증 없이 믿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짜 학위와 관련된 모든 사이트는 자기 졸업장을 분실했거나 기념사진 촬영 이외에 불법적인 용도로 증명서를 사용하는 것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재명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