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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나 개발에 20년 아이디어 꽃피우는데는 기다림 필요 (일)

게임하나 개발에 20년 아이디어 꽃피우는데는 기다림 필요 (일)

Posted December. 17, 20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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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실험은 전 세계 사람들을 파고들었다. 올해 4월 닌텐도가 발표한 연결 매출액은 1조8386억 엔(약 23조9021억 원). 곧 2조 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올해 10월 닌텐도를 세계 최고의 기업 1위로 꼽았다. 게임기 파는 회사가 구글(2위)이나 애플(3위) 같은 정보기술(IT)계의 총아로 불리는 기업보다 앞에 섰다.

이와타 사장은 닌텐도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2002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2004년), 국내에도 보급된 닌텐도Ds Lite(2006년), 가정용 게임기 Wii(2006년)를 잇달아 내놓고 전 세계 비디오 콘솔 게임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해까지 닌텐도DS의 전 세계 판매량은 3118만 대, Wii는 2595만 대를 넘었다.

1889년 화투를 만들며 시작한 닌텐도는 올해로 120주년을 맞았다. 갈수록 더 힘을 발휘하는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동아일보는 1일 일본 교토() 닌텐도 본사에서 이와타 사장을 단독 인터뷰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인터뷰엔 한국닌텐도 고다 미네오(49) 사장이 동석했다.

닌텐도의 저력

온라인 강국인 한국 게임업계도 다들 열심히 한다. 하지만 한국엔 닌텐도 같은 세계적인 게임회사는 없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올해 2월 이명박 대통령의 우리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가 없냐는 이른바 명텐도 발언으로 증폭됐다. 그는 한국에서 닌텐도를 잘 봐줘서 고맙다고 말했지만 이내 쓴소리를 던졌다.

닌텐도 120년 역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실패한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 우리도 수없이 넘어졌죠. 열심히 노력하면 운도 따라줄 겁니다. Wii 게임기에 들어가는 얼굴 만들기 Mii는 슈퍼마리오를 만든 닌텐도의 게임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가 20년 이상 걸려 만든 것입니다.

닌텐도가 보여준 성공이나 혁신의 근원은 기다림이란 뜻인가요?

물론 무조건 기다리는 건 아닙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보여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혁신입니다.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찻잔을 들어올리며) 이 찻잔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면 형태가 달리 보이듯이 말이죠.

그는 어린이용 게임기를 만드는 회사로 비하될 때 가장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닌텐도의 반성

지금 닌텐도는 사실 시련기다. 2005년 이후 승승장구하던 실적이 최근 꺾였다. 10월 30일 닌텐도가 발표한 2009년 상반기(49월)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5480억5800만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43억6000만 엔으로 절반 이상 꺾였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북미 시장에서 닌텐도DS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여기에 후발 주자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운 기기를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닌텐도의 위기론이 불거졌다.

닌텐도가 약해진 건가요?

예나 지금이나 닌텐도의 성공은 운이라 생각합니다. 닌텐도의 의미처럼 모든 걸 초월한 채 하늘에 맡겼는데 운 좋게 결과가 좋았을 뿐이죠. 우리 할 일을 다 하면 성공은 하늘에서 가져다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끔은 어떤 걸 제안해도 사람들이 놀라거나 흥미롭게 생각하지 않을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하죠.

다만 이와타 사장은 닌텐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닌텐도DS의 업그레이드 판인 닌텐도DSi LL이 나왔다. 화면을 3인치에서 4.2인치로 키웠는데 혼자서 즐기던 닌텐도 게임기를 오락실게임처럼 옆에서 사람들이 구경하며 볼 수 있게 했다. 또 슈퍼마리오로 대표되는 자사 게임에만 몰두해 외부 게임개발 업체들에 비협조적이었던 관행도 바꾸기로 했다. 이런 반성 덕분일까. 닌텐도DSi LL은 발매 이틀 만에 10만 대가 팔렸다. 이달 초 내놓은 Wii용 슈퍼마리오 게임은 발매 첫 주 93만 장이 팔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 그리고 닌텐도의 미래

올해 4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사장(당시 전무)이 닌텐도 본사를 방문한 후 삼성전자에서는 닌텐도의 역발상과 창조경영을 본받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와타 사장은 이재용 부사장과 삼성전자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빨리 발견하고 도전을 아끼지 않는다며 닌텐도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혹시나 삼성전자와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지 물어보자 때가 됐을 때 밝히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다소 평온했던 인터뷰는 애플의 아이폰 얘기가 나오면서 활기를 띠었다. 최근 아이폰이 전 세계를 휩쓸면서 휴대용 게임기 시장마저 위협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와타 사장은 아이폰과 닌텐도는 근본 자체가 다르다며 닌텐도는 아이폰처럼 매월 돈을 지불해야 하는 사업모델이 아니기에 차라리 아마존 e북 킨들처럼 소프트웨어 비용만 내는 형태의 사업 구조가 더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