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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남자? 저요! 저요! 사랑의 털모자 올해도 후끈

뜨개질 남자? 저요! 저요! 사랑의 털모자 올해도 후끈

Posted October. 15, 20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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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신기해서 도전했는데 보람도 있고 은근히 중독성이 강해 가끔 뜨개질을 하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해요. 나 때문에 주변의 많은 남자 직원이 뜨개질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GS홈쇼핑에 다니는 전우정 씨(29)의 별명은 뜨개질하는 남자다. 그는 회사가 국제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모자 뜨기 캠페인을 후원하는 것을 계기로 뜨개질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7년 처음 캠페인에 참여할 때만 해도 코가 자꾸 풀려서 몇 차례나 모자를 새로 떠야 했던 그는 이제 짬짬이 일주일에 모자 하나를 충분히 완성할 정도의 실력자가 됐다. 전 씨는 같은 회사 남자 직원 6, 7명과 빨리 뜨는 비법도 나누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서 모자 10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캠페인이 15일 시작된다. 이 캠페인은 2007년 처음 시작됐는데 모자를 뜨는 데 필요한 털실도구 키트(실비와 배송비 등 포함 세트당 1만2000원)를 판매한 뒤 후원금과 완성한 모자를 기부 받아 아프리카 등 후진국의 신생아들에게 보내는 방식이다. 일교차가 커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어린이가 많은 나라에서는 털모자를 씌워 신생아의 체온을 2도만 올려도 저체온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는 첫 번째 시즌(2007년 11월2008년 2월)에 2만5000개를 모은 데 이어 두 번째 시즌(2008년 10월2009년 3월)에는 8만여 개를 모았다. 참여 인원도 1만50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늘었다. 첫 시즌 때는 신생아 사망률이 높은 아프리카 앙골라, 동남아시아 라오스, 캄보디아 등 3개국에 보냈고, 두 번째는 아프리카 말리에 전달했다. 한국에서의 뜨거운 호응을 지켜본 홍콩 세이브더칠드런에서도 곧 손뜨개질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런 열풍 뒤에는 열렬한 후원자들이 있다. 홍윤주 씨(40) 가족은 2007년부터 캠페인 기간이 되면 저녁시간에 TV 앞이 아니라 털실 주변으로 모였다. 홍 씨는 아이들이 뜨개질로 먼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는 것을 매우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뜨개질의 추억을 되살린 홍 씨는 겨울이 되면 주위에도 털모자 키트를 선물한다고 한다.

내 손으로 직접 도움을 전달할 수 있는 점도 뜨개질의 매력. 단순히 기부금을 전달하는 것과는 색다른 체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 부장은 손뜨개질의 중독성 때문인지 한 번 참여한 분들은 꾸준히 참여한다며 올겨울에도 많은 이가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이브더칠드런은 내년 2월 말까지 털모자를 8만 개 이상 모을 계획이라며 사람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따뜻한 털모자가 1만2713km 떨어진 아프리카 말리의 신생아들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