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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 최고의 알파벳 한글 아름답게 가꾸자

[사설] 세계 최고의 알파벳 한글 아름답게 가꾸자

Posted October. 09, 20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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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글날은 더 감개무량하다. 563년 전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어질게 미소 짓는 모습으로 국가상징 가로의 한복판에 들어서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이 그의 애민() 정신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됐다.

세종대왕은 외국 글인 한자()로는 충분히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백성들을 위해 누구든지 알기 쉽고 배우기 쉬운 한글을 지어 널리 퍼뜨렸다. 당시 일부 고루한 지배계층이 보기에 피지배계급을 깨우치는 문자를 창제하는 것은 불필요할뿐더러 나아가 위험한 사상일 수도 있었다. 서울시립대 김영욱 교수는 쉽게 배울 수 있는 소리글자의 발명과 보급은 지식혁명의 출발점이요, 민주주의의 싹을 틔운 행위라며 세종은 민주주의의 토양을 일군 선구적인 개혁 군주라고 평가했다.

한글은 어린이들도 몇 시간 정도 배우면 소리 내어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워서 근대화시대 의 문맹 퇴치와 압축성장에 이바지했다. 손으로 글씨로 쓰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정보를 찍어 전송할 수 있는 한글은 정보테크놀로지 시대, 디지털 세대의 축복이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로버트 램지 메릴랜드대 교수는 한글은 세계의 알파벳이라며 어느 한 나라를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선물이라고 찬양했다.

한글의 가치는 외국에서도 명성이 높다. 오늘 방한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총선 유세 때 장모가 한류 스타를 만나고 싶다며 90세가 넘어서 한글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에선 임금수준이 높은 한국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 문자가 없어 오랜 전설도 구전()으로 기억해야 했던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해 비로소 역사와 문화를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세종로 큰길가에는 세상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 한글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리의 마음과 소리를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릇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텐데, 요즘 인터넷 공간에는 맞춤법과 표기법을 파괴한 글이 난무한다. 한글을 선물한 세종대왕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마음의 교류를 위해 불세출의 군주가 만든 한글은 21세기를 맞아 한국인의 품격을 높여주는 문화 콘텐츠이자 국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세계의 모든 문자 중에서 으뜸인 한글을 아름답게 가꾸어 대대손손 물려줄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