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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반새 3번해고 월가는 정글

Posted September. 01, 200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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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지난해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구촌 중산층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국 등 13개국의 시민 100명을 현지에서 심층 인터뷰했다.

취재 결과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지만 경제위기로 피폐해진 개개인의 삶은 여전히 원상회복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의 폭풍우가 휩쓴 폐허의 한편에서는 어김없이 희망의 싹도 돋아나고 있다.

경제위기 직격탄을 맞아 고전하는 미국, 유럽과 달리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대국의 일부 계층은 새로운 경제질서 재편의 흐름에 올라타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직장 잃은 뒤 가족들에게 손벌려

경제위기의 진원지 뉴욕 월가는 쟁쟁한 실력자조차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정글로 변했다. 은행에 다니는 킴벌리 만티아 씨(34여)는 작년 초만 해도 작은 금융회사에서 부문장 자리를 제안할 정도였지만 최근 1년 반 동안은 3번이나 잘렸다. 연수입이 3만 달러도 안 되는 모친한테서 조금씩 꾼 생활비가 어느새 4800달러로 불었다. 예전 월가 사람들은 연봉을 보고 옮겨 다녔죠. 지금은 자기를 써주는 데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지난달 24일엔 은행 부사장 책상 위에 놓인 핑크슬립(해고통지서)을 보고 심상찮은 징후를 느꼈다. 작년에 대규모 해고를 한 은행들이 다시 사람을 자르고 있어요. 금융시장이 좋은 듯 보이지만 다시 고꾸라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는 최근 자기 동네 아파트 30층에서 뛰어내린 뱅커 얘기를 듣고서 마음이 더 심란하다.

한때 한국 경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칭송됐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중산층에 지난 1년은 일장춘몽() 같다. 두바이 드림을 꿈꾸며 필리핀에서 온 제니퍼 세르난데스 씨(26여). 그는 애플사의 중동아프리카지역본부에서 1년 6개월간 안내원으로 일하다 올 4월 해고됐다.

세르난데스 씨는 월급의 40%를 꼬박꼬박 필리핀 가족에게 보냈다. 일자리를 잃은 뒤 세르난데스 씨의 어머니는 딸이 필리핀으로 부쳤던 돈을 다시 딸에게 보냈다. 세르난데스 씨는 꿈을 이루려고 모은 돈으로 밀린 집세와 카드 연체료를 갚아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미국 가야 성공한다는 생각 버렸다

브라질, 중국, 인도는 글로벌 불황의 충격을 비교적 덜 받았다. 어떤 이는 오히려 생활형편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GM과 포드의 몰락은 빅토르 모레노 씨(43)가 공장장으로 있는 브라질의 자동차 부품업체 IMBE에도 한때 타격을 줬다. 하지만 작년 말 정부가 차량에 부과된 공업생산세를 7%포인트 감면하는 부양책을 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출에서 까먹은 지출을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내수시장의 성장세는 힘찼다. 지금은 하루 14시간씩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데도 늘어난 주문량을 감당하기 벅차다. 그는 금융위기를 보면서 미국과 유럽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렸다며 남미와 아시아 등 신흥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브라질에 남는 것이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