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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게재 국내연구진 논문 재현 실패로 첫 철회요청

네이처 게재 국내연구진 논문 재현 실패로 첫 철회요청

Posted August. 21, 200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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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해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연구논문을 실었던 국내 유명 대학의 연구팀이 논문 내용이 재현()되지 않아 논문 철회를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구 재현 실패로 유명 과학잡지에 실린 논문을 철회한 것은 처음으로 한국 과학계의 국제 신뢰도 추락 등 파장이 예상된다.

연세대 의대 이현철(내과) 교수, 김경섭(생화학 교실) 교수와 연구원 2명 등 4명의 공동연구저자는 2000년 11월 네이처에 실린 새로운 유전자 요법을 이용한 당뇨병 치료라는 연구논문을 철회해줄 것을 19일 네이처에 요청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 교수 등은 e메일 공문을 통해 우리 연구팀은 지난 8년 동안 이 실험을 재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나 재현에 실패했다고 밝혔으나 실패의 원인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또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논문 공동저자 전원은 이 논문이 최대한 빨리 철회되기를 바란다며 논문 철회로 네이처 독자들에게 불편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문 내용은=제1형 당뇨병의 치료에서 인슐린과 유사한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와 몸속 혈당을 감지하는 유전자를 만들어 혈당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이 거의 파괴돼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되는 질환으로 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췌장의 기능을 대신할 획기적인 유전자 치료법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 주요 방송과 신문들이 크게 보도했고 국내 언론에도 자세히 소개됐다.

이 연구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두뇌한국(BK)21사업 연구비를 일부 지원받았으며, 연구팀은 유전자 치료법을 국제특허로 등록했다.

이 교수는 이 논문으로 화이자 의학상,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과학기술 우수 논문상, 인촌상(과학 부문) 등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연세대로부터 연간 3000만 원을 지원받는 석좌교수급 언더우드 교수에 임명됐다.

재현성 논란=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K 연구원이 2001년 캐나다의 연구원으로 옮겨간 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K 연구원 대신 연구실에 채용된 P 연구원은 논문 재현 실험을 계속했지만 잇달아 실패하면서 연구능력에 대한 질책을 받았고 2006년 2월 해고됐다.

P 연구원은 논문에 실린 대로 유전자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논문 내용처럼 유전자를 실제로 동물에 주입했을 때 혈당을 줄이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P 연구원은 논문 재현 실패는 연구능력 때문이 아니라 논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교수와 갈등을 빚었다는 것.

이 교수는 P 연구원이 이 논문을 빌미로 다른 요구를 하기도 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논문 문제를 외부에 알리겠다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논문 내용이 재현되지 않아 철회를 요청한 것이지 논문이 조작된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를 실질적으로 진행한 K 연구원은 재현 실패의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고 전했다.

연세대, 조사 착수=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3월부터 관련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논문 조작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위원회는 4일 잠정 보고서를 통해 최소 7년 이상 연구실험의 재현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과학적 논문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현성이 결여됐다는 사실은 논문으로서의 자격이 미달되는 것이라며 일부 실험사진이 조작된 사실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다음 주에 이 교수와 K 연구원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이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진한 likeday@donga.com